[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IB)들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한반도 주변국들의 군사경계 태세가 강화되고 한국과 미국·일본의 전통적인 우방관계가 견고해지는 상황에서 국지적 무력도발이 일어나는 등 한반도에서 단기적으로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한반도의 안보 불안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동요할 수 있지만 실물경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27일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IB들은 김 위원장 사망으로 북한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김정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젊은 나이와 짧은 권력승계 기간, 정권 내 군부 세력 확대 등이 북한 관련 불확실성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김정은의 취약한 권력 체제를 고려할 때 북한이 향후 6자회담이나 한국, 미국과의 관계에서 주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중 남북 간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도 작다"고 평가했다.
영국 경제정보평가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김정은이 북한 엘리트 계층의 지지를 얻고자 정책적인 양보를 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의 대외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옥스퍼드 애널리티카는 "김정은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국지적 무력도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가 (군사적 긴장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IB들은 북한의 불안정성이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옥스퍼드 애널리티카는 "김정은 권력 승계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완화될 때까지 원화가 약세 기조를 띠겠으나 과거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나 미사일 발사 때와 같은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김 위원장의 건강악화가 이미 알려졌던 사실이고 한국 정부가 견고한 비상대응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다 남북 간 경제교류도 제한적이었던 덕분에 김 위원장 사망의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국제 신용평가사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지 않는 한 북한 관련 위험이 한국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예상했다.
노무라와 다이와는 "김 위원장 사망이 국내 증시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 관련 변동성은 주식매수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