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11월 광공업 생산이 위축되고 소비 역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우리 경제의 경기 둔화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설비투자와 선행지표 등 일부 지표는 반등했고, 수출 증가세도 계속해서 유지되며 경기 침체 우려를 다소 덜어주고 있어 국내 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반도체·부품, 화학제품 등이 부진한 탓에 지난달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0.4%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5.6% 증가했다.
내수 부문도 전달보다 부진해 서비스업생산과 소매판매가 각각 전달보다 0.5%,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광공업과 서비스업, 건설업, 공공행정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된 전(全)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1% 감소했다. 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3.1% 상승했다.
경기지수는 다소 개선돼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6포인트 하락했지만, 경기선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와 전월 대비로 모두 0.1%포인트 상승했다. 경기동행·선행지수는 전달까지 두달 연속 동반 하락했었다. 이번에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한 것은 앞으로 경기가 지금보다는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담겨 있다.
업종별 생산은 전달보다 금속가공(5.0%), 전기장비(5.1%), 음료(17.2%) 등이 늘었지만, 반도체ㆍ부품(-1.8%), 영상음향통신(-3.9%), 화학제품(-2.0%) 등은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반도체ㆍ부품(21.7%), 자동차(14.4%), 금속가공(8.0%) 등이 호조를 보인 반면에 영상음향통신(-17.8%), 기계장비(-5.0%), 컴퓨터(-27.9%) 등은 부진했다.
이는 7월 전 세계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생산시설의 25%가 집중되어 있는 태국에서 일어난 홍수로 컴퓨터 생산이 부진했던 것과 지난달 울산에서 일어난 정전으로 일부 석유화학공장의 가동이 중단돼 제조업 생산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산자제품 출하는 반도체·부품, 영상음향통신 등의 부진으로 전달보다 1.1% 줄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3.0% 증가했다.
내수용 출하는 전달보다 1.1%, 수출용 출하가 1.0%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내수용 출하가 0.9% 줄고, 수출용 출하는 8.0% 늘었다.
재고는 반도체·부품(6.4%), 기계장비(8.6%), 영상음향통신(12.2%) 등이 증가해 전달보다 3.7% 늘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18.4% 상승했다.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114.1%로 전달보다 5.1%포인트 증가했다.
11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전달보다 0.2% 올랐고 전년 동월 대비 4.0% 높아졌다. 제조업 가동률지수는 전월 대비 0.8%, 전년 동월 대비 1.8% 하락했다.
11월의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9.0%로 전달보다 0.7% 포인트 떨어졌다.
지난달 서비스업 생산은 교육(1.4%), 보건·사회복지(0.5%) 등에서 늘었지만,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2.2%), 부동산·임대(-1.1%) 등에서 부진해 전달보다 0.5% 감소했다. 지난 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2.6% 증가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의복, 오락·취미·경기용품, 음식료품 등이 줄어 전달보다 0.6% 감소했고 전년 동월 대비 0.5% 늘었다.
특히 이상 고온의 영향으로 겨울의류, 난방용품 등 준내구재 판매가 크게 부진해 전달 대비 5.0%나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는 7.7% 증가해 회복세를 보였다. 10월에는 전월 대비 설비투자 증감률이 -12.1%를 기록하며 8년9개월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국내기계수주는 공공부문의 전기업과 민간부문의 전자·영상음향통신 등 제조업에서 발주가 증가해 전년 동월 대비 31.5% 늘었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과 토목공사의 실적이 저조해 전달 대비 9.2%, 전년 동월 대비 8.6% 모두 감소했다.
건설수주(경상)는 공공부문에서 공공주택, 관공서, 도로 등의 발주가, 민간 부문에서 상업용 건물, 공장, 통신 등의 발주가 늘어 전년 동월 대비 15.0% 증가했다.
수출 증가세도 유지돼 향후 경제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10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수출증가율이 7.8%로 한자릿수였지만 11월에는 12.7%였고, 12월 속보치론 14.6%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상존한 가운데 북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따른 대북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국내외 경제 추이를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