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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올해 상반기 최악의 실적부진 예상

[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최악의 실적부진에 허덕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평균 수수료율이 마지노선인 0.10%를 밑도는 데다 증권사의 신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형 헤지펀드마저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64개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평균 수수료율은 지난해 9월 말 0.096%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0.10% 아래로 떨어졌다.

2000년대 초 0.20%를 웃돌았던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수수료율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보급과 증권사 간의 과당 경쟁으로 인해 2006년 초 0.15% 아래로 떨어졌고,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이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HTS 거래 수수료를 0.015%까지 내리는 등 계속해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여온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이 갈수록 나빠질 수 있다. 브로커리지 시장 안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4년부터 증가 추세를 보여 온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최근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새해 첫 개장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 합계는 5조7천579억원으로 지난해 개장 첫날 거래대금 7조7천667억원에 비해 25% 이상 급감했다.

계속되는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투자자들의 경계심리가 커진 탓이다. 앞으로 유럽 위기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 없이 현재의 상황이 계속 유지될 경우, 시장은 더 차갑게 식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동시에 거래까지 활발하게 일어나지 못하면 '설상가상'으로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 중소형사들은 거래 위축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이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증권은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을 지난해 9조원보다 다소 증가한 9조7천억원으로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일평균 거래대금이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9조2천억원에서 2012회계연도에 9조3천억원으로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2012회계연도 전망치를 9조원으로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걱정도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이밖에 한국형 헤지펀드에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PBS)를 제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던 대형 증권사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관 투자가들이 초기 성과를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어서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을 감수하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빅5' 증권사들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올해 증권업종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초 3,092.32로 거래를 시작한 증권업 업종지수는 전날 1,680.71로 45.6%나 추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1.8% 떨어지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