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북한의 영변 경수로 폭발 루머로 코스피가 급락하자 금융당국이 풋옵션 등을 이용한 작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풋옵션은 주가가 내려갈 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파생상품으로, 지난해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사제폭탄 사건 때도 범인들은 풋옵션 상품에 미리 투자한 뒤 사건을 일으킨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6일 "이날 오전 11시경 북한의 영변 경수로가 실험도중 대규모 폭발해 고농도 방사능이 북서풍을 타고 서울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고, 소문을 막기 위해 북한주민을 살상하고 있다는 괴소문이 오늘 시장에 떠돌면서 코스피가 일시적으로 폭락해 풋옵션 등을 노린 작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메신저 쪽지 등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빠르게 전파된 이번 루머 내용 중에는 평양의 류경호텔 직원과 통화한 결과, 평양 시내 하늘이 방사능 분진으로 추정되는 희뿌연 연기로 가득 차 있다는 구체적인 묘사까지 들어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금일 1시에서 2시 사이에 북한 영변 경수로 폭발설이 떠돌면서 주가가 폭락했다"며 "소문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루머인 것으로 드러나 소문의 근원지와 목적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도 "최근 북한 관련 루머가 시장에 계속 나오고 있는데 풋옵션이나 콜옵션 등을 이용해 매수·매도한 계좌가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며 "누군가 이와 관련해 의도적으로 수익을 내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한국증권거래소와 함께 풋옵션 등을 이용한 부당거래에 무게를 싣고 관련 계좌의 흔적을 점검 중이다.
이날 코스피는 북한발 괴소문으로 인해 장중 2% 이상 급락해 1,824.29까지 떨어졌고 루머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되며 진정됐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19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관련 루머에 대해서 적극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김 위원장 사망으로 금융시장이 불안이 극대화된 가운데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사망해 중국군이 북한에 파병됐다는 소문 등이 떠돌면서 이날처럼 주가가 폭락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