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5분간 호흡을 측정하는 것만으로 폐암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신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의 핵심 센서를 개발한 임성현 박사(38)는 2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클리블랜드 병원에서 진행한 임상실험을 통해 폐암 여부를 83%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이는 CT촬영(80%) 보다 정확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폐암은 말기까지 자가 증상이 없어 사망률이 매우 높은데도 조직검사 이외에 정확한 진단법이 없고 방사선 노출을 감수해야 하는 CT촬영조차 오진이 많다"면서 "호흡측정법은 훨씬 더 간단하고 안전한 진단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단 5분의 호흡 테스트를 통해 그동안 조직검사로만 식별 가능했던 특정 폐암의 종류와 진행 정도까지 예측해낼 수 있다"면서 "폐암 초기 단계도 진단이 가능해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박사는 기술의 원리에 대해 "암세포의 대사 물질은 혈액에 녹았다가 날숨에 포함되어 나올 수 있다"면서 "물질의 성질에 따라 색이 변하는 센서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연구의 최초 개발자인 은사 케니스 서슬릭 박사, 물리의학자 폴 로즈 박사, 그리고 세계 최초로 '바코드 리더'를 개발한 레이 마티노 등 3명의 중견 과학자들과 함께 실리콘밸리에 첨단의료기업 '메타볼로믹스(Metabolomx)'를 공동 설립하고 이 기술을 이용한 호흡 분석기를 개발, 실용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임 박사는 일리노이대학 서슬릭 박사팀이 추진하던 호흡 측정 센서 개발 연구에 나노 기술을 접합시켜 호흡 측정 감도를 1천배 이상 향상시키고 이 연구의 응용 분야를 결장암, 결핵 진단 등으로까지 확대했다.
임 박사가 이 연구의 초기 결과를 보고한 논문은 2009년 전문잡지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게재됐고 미 보건환경연구원의 '올해의 논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메타볼로믹스의 이번 임상실험 결과는 최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발행하는 '테크놀러지 리뷰(TR)' 등에 소개된 후 미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TR는 "호흡측정기가 음주 단속보다 더 유용한 곳에 쓰이게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메타볼로믹스는 더욱 향상된 장비를 사용, 현재 클리블랜드 병원에서 2차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며 동시에 이 기술을 결장암과 결핵 진단에 응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