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현정 기자]
긴축예산안에 연정 내 이견..총리 사임할듯
네덜란드 연립정권이 긴축예산안을 둘러싼 이견으로 해체되고 조기 총선이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현지시간) 공영 NOS 방송 등 네덜란드 언론에 따르면,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중도보수 자유민주당과 기독교민주당이 극우파 정당인 자유당과 예산을 연간 150억 유로(약 22조5천억 원) 가량을 줄이는 방안을 놓고 2개월 가까이 벌여온 협상이 지난 21일 공식 결렬됐다.
긴축안에는 부가세 소폭 인상, 공무원 임금동결, 보건과 개도국 개발지원 예산 삭감 등이 포함돼 있다.
자민당과 기민당은 내년에 국내총생산(GDP)의 4.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적자 비율을 유럽연합(EU)의 기준치(GD 3%) 이내로 맞취기 위해서는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반면에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스 당수는 `브뤼셀의 독재자들'의 요구에 굴복해 네덜란드 국민의 복지를 축소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뤼테 총리는 예산안 협상이 결렬되자 "논리적으로 취할 수 있는 다음 수순은 총선"이라고 말했고, 빌더스 당수 역시 "조만간 총선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인 노동당도 즉각 조기총선을 요구했다.
지난 2010년 10월 출범한 현 네덜란드 연립정부는 자민당과 기민당으로 구성돼 있으며 하원 의석 150석 중 52석을 차지한 소수정부다.
다만 극우 자유당이 연정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고 정책연대만 하기로 합의, 3당의 의석이 76석으로 간신히 과반을 이루고 있다.
뤼테 총리는 23일 내각에서 `정치적 위기'를 해소할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언론은 이 자리에서 총리 사임과 연정해체, 조기 총선 방안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총리는 공식 사임하기 전에 여ㆍ야 정당들과 총선 일정과 과도관리 내각 구성 및 운영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모리스 드 혼트'가 주말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장 총선이 실시될 경우 어느 정당도 과반을 얻을 수 없을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당은 33석으로 2석 늘어나는 반면에 기민당은 21석에서 11석, 자유당은 24석에서 19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야당의 경우 사회당은 15석에서 30석으로 약진하고 노동당은 30석에서 24석으로 내려 앉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좌파 정당이 우세하고 진보정당인 녹색당과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추구하는 정당인 `민주66'이 캐스팅 보트를 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좌우파의 대연정 가능성 등 여러 방식의 합종연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망했다.
또 여론조사에서 예산안 협상 결렬 책임이 자유당에 있다고 보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과도한 긴축예산과 부가세 인상 등에 반대하는 사람 역시 과반이 훨씬 넘는다는 점에서 실제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는 독일, 핀란드, 룩셈부르크와 함께 AAA 신용등급을 받는 유럽의 경제 모범국으로 분류돼 왔다.
이 우량 경제국가들은 유로존 위기 이후 그리스 등 이른바 남유럽국가들에 대해 재정적자 기준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네덜란드 경제도 크게 침체되면서 세수가 줄고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연정 해체로 정치불안이 심화돼 네덜란드의 신용등급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과도내각이 주요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경제 기초여건이 여전히 튼튼하기 때문에 등급은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경제지 피난시엘레 다그블라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