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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SKT '대기업 스펙장벽' 허무나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상반기 대기업들의 채용전형에 스펙을 보지 않는 '스펙붕괴' 현상이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현대자동차다. 27일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인턴을 채용하며 '오직 실력으로 승부할 H innovator를 찾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학교·전공·학점·영어점수 입력 없는 입사지원서를 완성할 것'이란 미션도 덧붙였다.
 
실제로 현대차의 인턴 채용은 일부 부문을 제외하고는 학교·전공·학점·영어점수를 입력하지 않아도 입사지원이 가능하다. 대신 마케팅 부문은 별도로 부여된 마케팅 과제에 대한 답변으로 지원서를 평가하고, 디자인 부문은 지원자 전원이 실기 전형을 거쳐야 한다. 일반적인 스펙의 비중을 줄이고, 실무능력과 전문성을 평가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SK텔레콤은 국내 기업 최초로 SNS로만 '소셜매니저'를 채용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소셜매니저란 SKT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채널들을 직접 운영하는 소셜부문 인턴사원이다. 채용에 학력, 영어점수 등 각종 스펙을 완전히 배제하고, SNS에 대한 이해도와 소통능력으로만 지원자를 심사한다.
 
SKT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간단한 개인정보와 지원동기를 입력하고, 회사 측이 제공하는 미션에 대해 SNS 사용자들의 참여(공유 또는 댓글)를 많이 이끌어내는 사람이 가산점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한편, 이들 외에도 스카이는 세일즈 매니저 육성 프로그램인 'Vega Sales School' 참가자 모집에, 지원자의 역량을 증명하는 추천글과 동료를 추가(태그)할 수 있는 인크루트의 소셜이력서를 활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수치화된 스펙보다 지인들의 관계와 추천이 세일즈에 대한 열정과 역량을 더 쉽게 판가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세일즈매니저 직군은 대인관계와 평판이 특히 중요시 되기 때문에 채용에 더 크게 반영되는 경향을 감안한 듯 하다"고 했다.
 
CJ E&M 넷마블과 CJ게임즈 역시 상반기 인턴사원을 학력에 제한 없이 모집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학력 등 소위 스펙보다 게임에 대한 열정 및 해당업무 영역에 적합한 전문역량 보유 여부를 선발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같은 '스펙붕괴' 채용에 대해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아직 인턴 모집에 주로 활용되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스펙에 가려진 지원자의 진정성과 열정 및 실무능력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채용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