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세입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은행 등에서 임차보증금을 빌리는 전세자금 대출이 올해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하우스 푸어'에 이어 이제는 '렌트 푸어(Rent Poor·전세자금대출 원리금 상환에 벅찬 무주택 세입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2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3천억원(10.2%) 증가했다. 1~5월을 기준으로 전세자금대출이 사상 최대치로 증가했다.
2008~2010년 같은 기간에 1조원 안팎으로 증가했던 전세자금대출은 지난해 2조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그보다 더 확대된 것.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세 수요가 많아진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전세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이 집계한 `주택 전세가격 종합지수(기준치 100)'는 올해 7월 106.9로 역대 최고 수준이며, 2010년 7월의 전세가격과 비교하면 아파트는 24.3%, 일반 주택은 18.7% 올랐다. 이는 2년 전 2억원짜리 아파트 전세에 들어갔다면 재계약을 위해서는 보증금을 약 5천만원 더 올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소형아파트의 전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소형아파트 전세는 한두 달 새 15~20% 뛰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치솟는 전셋값으로 인해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세입자의 경제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전세자금대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자녀의 학교 문제 등으로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것이 어려운 가정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금을 올려주고 전세자금대출을 받거나 증가폭을 감당하지 못해 전세와 월세가 섞인 반(半)전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세자금대출로 인한 가계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현재 은행권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고 연 6% 수준이어서 5천만원을 빌리면 연간 300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업계에선 `렌트푸어'란 신조어마저 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의 전세금 상승이 매맷값 하락 예상과 저금리 기조가 반영된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앞으로 전세자금대출이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은행 이자가 예전 같지 못해 전세 놓기를 꺼린다"며 "물건이 적은데다 다른 곳의 가격도 올라 세입자들이 그냥 주저앉는다"고 전했다.
박원갑 팀장은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통설은 이제 적용되지 않는다"며 경기 침체가 지속하는 한 전세자금대출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전세자금 대출은 대부분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므로 부실해져도 금융회사가 입는 타격은 제한적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면 구상권을 청구해 보증금을 받아가므로 금융회사가 부실해질 위험은 낮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