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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원목야적장 절반이 사라진다

우리나라 최대의 목재산업 도시 인천이 흔들리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최근 인천 원목야적장의 절반에 달하는 곳에 대해 퇴거통보서를 발송했다. 사진은 인천의 한 원목하역 부두.
우리나라 최대의 목재산업 도시 인천이 흔들리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최근 인천 원목야적장의 절반에 달하는 곳에 대해 퇴거통보서를 발송했다. 사진은 인천의 한 원목하역 부두.

 

한진, 오는 11월30일까지 퇴거 통보…“대체부지 없다”
“화목으로 잘라서 팔아야 할 판, 시위라도 하고 싶다”


인천 원목야적장 절반이 사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인천시 등 관계당국의 성의 있는 대안 마련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원목수입 시스템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말 인천 북항 제3,4보세에 접한 원목야적장 입주업체들에게 일제히 오는 11월30일까지 퇴거할 것을 골자로 하는 ‘개발계획에 따른 계약 종료 통보서’를 보냈다.


통보서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체결한 화물장치계약이 북항배후부지 개발계획에 따라 더 이상 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 오는 11월30일부로 계약이 최종 종료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계약종료 시기를 감안해 화물의 반출입을 조정하고 시설물 일체를 철거 또는 폐기토록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에 최종 퇴거 통보를 받은 원목야적장이 줄잡아 인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방대한 면적이지만, 여기에서 나간 업체들이 사용할 이렇다 할 대체부지가 없다는 데 있다.


한진은 이에 앞선 지난 2010년에도 1보세 등 여러 곳에 산재해 있던 원목야적장들을 지금의 3보세장치장으로 옮긴 바 있다.<관련기사 나무신문 2010년 6월21일자·QR코드 http://bit.ly/A5ouym > 때문에 이번 조치가 이미 여러해 전부터 사전에 계획 돼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수입업무 중단과 같은 극단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원목 수입의 경우 주문에서 한국 도착까지 보통 한 달 이상 소요된다. 때문에 지금 주문을 넣는다고 해도 원목이 도착했을 때에는 원목을 보관할 야적장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목 수입업체 한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통보해 놓고 신규 물량은 받아주지도 않고 있다. 지금 있는 것도 그때까지 다 치우라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화목으로 잘라서 팔아야 할 판국이다”면서 “원목을 옮길 데도 없고 팔 데도 없는 형편이지만, 원목 수입업체로서는 법적으로 한진과 싸워서 이길 제간이 없는 게 현실이다. 생각 같아서는 직원들 다 데리고 가서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한목재협회(회장 양종광)에 따르면 이번에 퇴거가 통보된 해당 원목야적장 면적은 업체 추산 8만여 평, 한진 추산 6만여 평에 달하고 있다. 이는 인천 전체의 원목 야적장 면적이 9만에서 13만여 평으로 집계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최대 목재생산 기지인 인천시 전체의 원목야적장 절반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는 얘기다.
협회 정명호 전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시 및 인천항만공사와 협의한 끝에 5만여 평 규모의 청라투기장을 대안지로 이용키 위해 답사까지 다녀왔지만, 청라지구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인천시에서는 주민들의 민원을 잠재울 대안을 가져오라고 하는데, 협회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정 전무는 또 “하지만 이 땅을 원목야적장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도로개설 및 보강공사 등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인천의 한 업계 관계자는 “원목은 방역 등 최대한 모든 조치가 부두에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이참에 모든 원목을 하역된 부두에서 방역한 다음에 제재소 등 사용처로만 반출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렇게 되면 야적장의 축소로 수입되는 원목양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현재 공급과잉 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바람직한 방향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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