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차기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옮기고 금융감독원은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명지대학교 원승연(경영학) 교수는 6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본 금융감독체계 개편' 심포지엄 주제발표에서 현행 금융감독체계의 문제점으로 ▲금융·감독 정책의 통합 운영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상충 ▲금융업계와의 유착을 꼽았다.
특히 원 교수는 2003년 `신용카드 사태'와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면서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모두 쥔 탓에 소비자 보호가 뒷전으로 밀리는 각종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원 교수는 "금융감독의 가장 큰 과제는 과거 산업정책 수단으로 금융이 활용되던 시대의 `관치금융' 폐해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금융위의)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분리하고 금융위는 기재부로 합쳐 국내외 금융정책을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소위 `모피아'를 중심으로 한 재경관료의 인적 네트워크가 존재하며, 이들이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동시에 장악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에서 떨어져 나온 감독정책은 금감원으로 가져가되 서로 목적이 다른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는 `쌍봉형(Twin Peaks)' 체계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금감원을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으로 쪼개고, 시장감독원이 건전성감독원과 동등한 권위를 갖게 해 소비자 보호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원 교수는 제안했다.
현재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는 원 교수의 이날 발표내용은 안 캠프가 최근 공식 발표한 `금융산업 및 금융감독 개혁정책'에 담긴 감독체계 개편 방안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이다.
동국대학교 강경훈(경영학) 교수는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가 금융회사들로부터 감독분담금을 받는 금감원 내 준 독립기구로 설치되면 본연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둔 현재의 체계를 비판한 것이다.
강 교수는 금감원에서 독립된 소비자 보호기구에 광범위한 연구·조사권뿐 아니라 금융회사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과 공동검사권을 두고 여러 정부 부처와 금융협회 등에 분산된 상품 규제 권한을 소비자 보호기구로 집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이 분리되는 방향으로 가되 전체 정부조직 재편이라는 큰 틀 속에서 인수위 단계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독당국의 소비자보호 기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를 밝히며 "기존 감독체계에서 소비자보호 기구는 독립적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은 반드시 분리돼야 한다"며 "둘을 혼재하면 과거 카드사태나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일이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 문제 이외에도 예금보험공사에 적기시정조치 권한을 주는 등 좀 더 폭넓은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준법감시인을 지낸 이정숙 변호사는 "쌍봉형 체제로 가야한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는 이해상충 문제라기보다는 그간 감독행위가 부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심포지엄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된 금융위원회 해체 방안에 대해 "금융행정기능을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위기 대응에 가장 이상적"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금융행정체계 개편과 관련한 견해도 제시했다.
그는 "거시경제의 4가지 축인 경제정책·예산·세제·금융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금융행정체계가 바뀌는데 우리나라는 모두 해본 만큼 가장 효율적인 방향이 무엇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 가지 기능을 한 부서에서 담당하면 재정경제원, 경제정책과 예산, 세제와 금융으로 나누면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예산만 떼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금융만 떼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방식이 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현행 체제를 꼽았다.
김 위원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독립적인 금융행정기구인 금융위원회가 있어 좀 더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제기된 `금융위 해체' 방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유럽은 물론 세계경제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나라를 지키고 금융시장·산업 체계를 제대로 정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이나 국고관리 기능을 금융위로 넘기는 방안에는 즉답을 회피했다.
그는 "이들 기능도 금융에 상당한 기능이 있다"며 "어떤 방식이 바람직한지는 앞으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는 시대적 과제다"며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