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조사에 나선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을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해 피해를 배상받도록 하는 방안은 무산됐다.
환경부는 최근 열린 환경보건위원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할지 심의했지만 위원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아 부결됐다고 3일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환경성 질환으로 인정되면 지금처럼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게 되지만, 위원회는 수질오염에 따른 중금속 중독처럼 특정 지역에 사는 불특정 다수가 유해물질에 노출돼 발생한 질환은 아니라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질환이 개인의 책임을 넘어서는 환경 요인에 의한 피해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환경보건법은 환경유해인자와 상관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질환을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해 사업자가 피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는데, 석면으로 인한 폐질환이 대표적이다.
환경부는 일부 위원은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중독증'을 환경성 질환으로 본 환경보건법 규정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의견이 크게 엇갈리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지윤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이미 발생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화학물질평가법 등을 통해 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물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부터 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폐손상 의심사례 310건을 대상으로 질환과 살균제 사용의 상관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94건은 환자가 사망한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