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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유찰된 KAI 매각…사실상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어제 17일 대한항공이 "주가가 너무 높다"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를 포기해 KAI 매각이 또 유찰됐다. 주주들은 오는 20일 주주협의회를 열어 수의계약으로 매각할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KAI 매각 작업이 사실상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전날 KAI는 본입찰 마감 시한까지 입찰서를 낸 곳은 현대중공업 한 곳에 불과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국유 재산 매각에는 반드시 2개 회사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입찰이 자동 유찰된 것.

2차 입찰이었던 이번 본입찰이 무산되면서 KAI가 수의계약으로 매각될 가능성도 제기됐는데, 이에 대해 정책금융공사는 "앞으로 진행과정은 주주협의회에서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행 국가계약법대로라면 정책금융공사는 두 차례 입찰이 모두 무산됨에 따라 단독 입찰했던 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으로 매각을 진행하거나 3차 입찰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여론이 강한데다, 대선 직전 특정기업과 수의계약을 하면 특혜 시비를 불러올 수 있어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2차 본 입찰의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KAI 노동조합은 즉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논의에 나섰다. KAI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2차 매각이 유찰된 것은 정책금융공사가 졸속으로 매각을 추진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KAI의 주가 수준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번 입찰에 불참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입찰에 참여할 의사는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심원섭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대한항공의 차입금은 13조원으로, 연이자만 5천억원 정도 나간다"며 "올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으로는 이자를 충당하기도 어려워 1조~2조원이 드는 KAI 인수가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황 부진 때문에 KAI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연결기준 매출액이 연 50조원으로 대한항공보다 자금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한편, 정책금융공사·삼성테크윈·현대자동차·두산 등으로 구성된 KAI 주주협의회는 보유 지분 41.75%를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