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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그룹 총수일가, CP 발행 기획사기? "억울"

[재경일보 조영진 기자] LIG건설의 재정상태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2200억원 상당의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부도 처리,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힌 혐의(특가법상 알선주재)로 기소된 LIG그룹 총수 일가 측이 17일 열린 공판에서 "사기가 아니다. 억울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염기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피고인 측은 "총수 일가가 담보주식을 회수하기 위해 기획 사기를 저질렀다는 검찰의 공소제기는 억울하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모두진술에서 "검찰은 LIG그룹이 2010년 9월 CP상환과 변제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으나 대주주 지배권을 유지하며 담보주식을 회수하기 위해 이듬해 3월까지 의미없이 시간을 끌면서 CP를 발행했다는 공소장 내용은 실체적 진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그러면서 "6개월이나 시간을 끌어 대주주에게 이로울 것이 없었다"며 "사실적·법리적 이슈를 충분히 주장하고 입증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어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에 이르게 된 경위에 관해 자세히 언급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시장악화와 구조조정 상시화로 수많은 건설회사가 줄도산하던 총체적 난국 속에서 LIG는 전략수주와 원가절감 등의 노력을 하는 가운데 자금수지를 맞추려 CP를 발행했던 것"이라며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고 증권사마저 CP 인수에 난색을 표하면서 회생절차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이들의 혐의에 대한 증거가 방대하다"며 "LIG그룹의 경영체제와 지배구조, 그룹의 경영악화 상황과 위기관리 내용, CP발행과정과 상환하지 못한 내역 및 분식회계 신용등급 조작 의혹, 대출사기 등으로 주요 증거를 정리해 관련 증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심문하겠다"고 밝혔다.

구자원(77) LIG그룹 명예회장, 구본상(42)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40) 전 LIG건설 부사장 등 총수 일가를 비롯한 경영진 7명은 경영권을 고수하려고 LIG건설 명의로 사기성 CP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2100억여원어치를 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LIG건설이 사기성 어음을 발행한 후 법정관리를 신청해 830여명의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공판에는 불구속 기소된 구 회장, 구 전 부사장과 구속 상태인 구 부회장 등 피고인 7명이 모두 출석했다.

또 CP발행 피해자들 수십 명을 비롯한 방청객들이 법정을 가득 메웠으며, 공판 전후 피고인들이 입장하거나 퇴장하는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들은 고함을 치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31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