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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쇼크' 현대기아차 시총, 일본 혼다에 밀려 4위 추락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로 한국과 일본 완성차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작년 한때 세계 완성차 업체 중 2위까지 올랐던 현대기아차의 시가총액은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에 타격을 받아 4위로 떨어진 반면 일본차 업계는 약진하면서 혼다가 3위로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런 가운데 엔화 약세의 호재를 만난 일본의 자동차사들은 작년과 올해 10% 이상의 이익 성장을 이룰 전망이지만 현대기아차는 성장률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경기 회복 속도와 환율 변수의 완화 정도가 현대기아차의 주가와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총은 22일 기준 각각 445억달러, 207억달러로 합계가 653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도요타(1638억달러), 폴크스바겐(1066억달러), 혼다(678억달러)에 이어 세계 주요 완성차 업계 중 4위에 해당한다.

현대기아차는 세계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하며 작년 5~6월에는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시총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작년 말까지도 시총 3위 자리를 지켰으나 환율 악재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올해 들어 일본 업체 혼다에 3위마저 내줬다.

특히 작년 11월 이후 한국과 일본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차와 기아차 시총은 미국시장에서의 연비 사태와 환율 등 악재가 겹쳐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는 반대로 11월부터 엔화 약세 등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현대기아차의 작년 10월말 시총은 679억달러였으나 2개월여만에 26억 달러 감소했다.

반면에 도요타는 작년 10월말 1324억달러에서 이달 22일 1638억달러로 314억달러 증가했고 혼다는 542억달러에서 678억달러로 136억달러 늘었다. 닛산 역시 13억달러 증가했다.

최근 주가 흐름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부진이 드러난다.

도요타 주가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으나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주가가 크게 내렸다.

작년 11월말과 지난 18일의 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주가 등락률을 비교한 결과, 주요 업체 중 기아차의 낙폭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기아차는 이 기간 12.4% 하락했고, 현대차가 5.3% 내려 낙폭이 두번째로 컸다.

주요 17개 업체 중 한국 업체 2곳과 볼보(-2.2%) 외에 14개 업체는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평균 상승률이 14.6%에 달했다.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가 각각 21.6%, 26.7% 올랐고 푸조(32.4%), 피아트(27.7%), 포드(23.2%) 등 경기 침체에 빠진 유럽과 미국 업체들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

환율 조건 악화는 현대기아차의 실적 전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도요타의 작년 영업이익은 175억달러로 전년(134억달러)보다 40.0% 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영업이익은 202억달러로 작년보다 15.3% 상승할 전망이다.

폴크스바겐의 작년 영업이익은 153억달러로 2011년보다 0.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를 딛고 시총 4위에서 3위로 올라선 혼다의 작년 영업이익은 83억달러로 전년(65억달러)보다 27.6%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영업이익은 92억달러로 작년보다 11.2% 증가할 전망이다.

주요 경쟁 업체인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가 2년 연속 10% 이상의 이익 증가율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대기아차의 성장세는 이만큼 가파르지 않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총 116억달러였다. 이는 2011년 영업이익(99억달러)보다 16.7%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두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은 모두 114억달러로 오히려 작년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같은 규모의 달러화 수익이라도 원화 환산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앞으로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회복하는 데는 환율 변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실적과 주가를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인데, 현대차는 현재 최악의 국면에 빠졌다.

미국과 유럽의 전폭적인 유동성 강화에 원화가 강세 흐름을 보이면서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060원대로 내려왔다.

여기다 '무한 유동성 공급' 공약을 내세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들어서며 엔화 약세 흐름도 이어졌다.

일본은행이 2%의 물가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때까지 무제한 금융완화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엔화 약세 흐름은 더욱 가속할 전망이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올해 전망도 불투명하다.

교보증권 김동하 연구원은 "세계 경기 회복으로 자동차 경기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한국 자동차 기업은 환율 흐름 때문에 해외 기업에 비해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최근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 부진은 환율의 영향이 가장 크다"라며 "올해 실적도 환율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금까지 현대기아차는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에서 점유율을 키워 왔지만 원화 강세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실적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 서성문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해외 공장 생산 비중이 작년부터 50%를 넘어섰지만 해외공장 비중 상승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원ㆍ엔 환율이 하락해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트레이드증권 강상민 연구원은 "일본 차 업체는 엔화 강세, 금융위기, 도요타 리콜 사태, 대지진 재해 등의 악재를 지나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양호한 주가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현대차그룹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정태오 연구원은 "환율에 따른 민감도는 현대기아차의 매출과 영업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며 "향후 평균판매단가(ASP)가 얼마나 오르는지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주가 할인 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