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지난달 달러당 원화 평균환율이 1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원화가치가 수출기업들이 생각한 원·달러 환율 마지노선을 밑도는 수준으로 급속하게 상승한 것이다.
달러당 일본 엔화의 평균환율은 양적 완화로 엔화가치가 급속히 떨어진 탓에 31개월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엔화의 최근 한 달간 상승폭은 세계 141개국 중 가장 컸다. 원화 상승폭의 5배에 수준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와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달 원·달러 평균환율은 달러당 1,066.54원으로 지난 2011년 7월(1,058.49원) 이후 18개월만에 최저였다.
또 환율이 1,07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0년 7월을 제외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8월(1,047.11원) 이후 54개월 만이다.
원·달러 평균환율은 지난해 6월(1,163.61원) 이후 7개월 연속으로 하락해 8.3% 떨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수출기업들이 생각한 원·달러 평균환율 마지노선은 1,086.20원인데, 평균환율로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마지노선이 붕괴된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환율이 대기업의 마지노선(1,076.10)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중소기업들의 마지노선(1,090.40원)은 이미 오래 전에 돌파했다.
반면에 지난달 달러당 엔화의 평균환율은 89.03엔으로 2010년 6월(90.91엔) 이후 31개월만에 최고치였다.
특히 일본이 양적완화 정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지난해 9월(78.19에) 이후 4개월 만에 무려 13.9%나 상승했다.
최근 정부와 외환당국 개입으로 원화 강세 기조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엔화 약세 기조는 지속돼 국내 수출기업들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이달 4일 현재 92.38엔으로 작년 말 이후 한 달여 간 6.5% 상승, 전 세계 141개국이 사용하는 125개 통화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는 원화 상승 폭(1.3%)의 5배에 달한다.
또 대만달러(1.8%), 싱가포르달러(1.4%), 말레이시아 링깃(1.2%), 인도네시아 루피아(0.3%), 홍콩달러(0.1%) 등 주요 아시아 국가의 상승 폭과도 격차를 보였다.
이같은 엔화 강세와 원화 약세는 국내 수출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 올해 1분기 실적은 상당히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유로화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약세를 보였다. 지난달 유로화 평균환율은 1.3287유로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국은 절상 압력을 계속 용인해 지난달 위안화 평균환율이 6.2221위안으로 사상 최저치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은 "유럽에서도 유로존 밖의 국가들이 환율 하락으로 부담이 커져 작년부터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한국도 정부 규제만 생각하지 말고 외환보유액 증액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