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한국의 환율 변동성이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아시아 10개국 중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국내에 있는 외국은행 지점들이 통화스와프 등 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수익 창출에 몰두하면서 외환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 외환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한국증권학회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 강동수 선임연구위원과 정대희 부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이 학회 정기학술발표회에서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의 영업 행태가 국내 외환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고, 국제금융시장의 충격이 국내로 전파되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외은지점의 투자행태와 외환시장에서의 역할'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때 국내은행이 외화 차입에 곤란을 겪는 동안 외은지점은 단기 캐리트레이드(저금리 통화를 빌려 고금리에 투자)에 집중했다.
당시 한국 기준금리가 연 5.25%인데 반해 미국 정책금리는 2%에 불과해 내외금리 차이, 현물과 선물환 차이(스왑 레이트)를 이용한 무위험 차익거래 기회가 커진 탓이었다.
이런 기법의 거래는 가만히 앉아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땅 짚고 헤엄치기'로 불린다.
강동수·정대희 연구위원은 "외은지점이 차익거래에 몰두하면서 외화 공급이 단기적 성격을 띠게 됐다"며 "그 결과 외화 유출입이 불안정해졌고, 국내 외환시장에서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2008년 외화자산을 이용한 외은지점 거래 중 차익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52.4%에 달했고, 2009에도 39.3%를 나타냈다.
금융위기가 수습되고 차익거래 기회가 줄어든 지난 2011년에도 외은지점의 파생상품 포지션 비중은 20.1%로 이 기간 국내은행의 파생상품 포지션 비중 2.9%에 비해 6배가 넘었다.
특히 국내에 있는 38개 외은지점 중에서도 미국계·유럽계가 파생상품을 이용한 차익거래에 열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07∼2011년 뱅크오브아메리카, 제이피모간체이스 등 미국계 외은지점의 외환 거래 중 파생상품을 이용한 차익거래 비중은 70∼80%를 기록했으며, 비앤피파리바, 모간스탠리 등 15개 유럽계 외은지점의 거래 비중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중국공상은행, 미쓰이스미모토은행 등 아시아계 외은지점은 국내 은행의 영업 행태와 비슷하게 파생상품 거래보다 외화 자금대출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두 연구위원은 "국내 진입한 외은지점들이 통화 관련 스왑 형태로 외화자금을 공급, 파생상품 거래에서 이익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