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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관광개발, 용산개발사업 코레일에 경영권 넘겨… '공공개발' 전환

[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롯데관광개발이 자금난으로 무산위기에 빠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코레일의 증자안을 전격 수용하고 경영권을 넘김에 따라, 자금난과 1, 2대 주주간 갈등으로 좌초위기에 몰렸던 용산개발사업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의 최대주주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자본금을 현재 1조원에서 5조원으로 늘리는 자본금 증자안을 내놓은 가운데, 롯데관광개발은 28일 용산개발 성공과 서부이촌동 주민 피해를 막기 위해 코레일의 사업정상화 방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용산개발 주도권을 놓고 지속된 1, 2대 주주 간 싸움은 사실상 일단락되게 됐다.

드림허브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1조원인 드림허브의 자본금을 5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긴 '사업협약서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이 방안은 삼성물산이 랜드마크 빌딩 시공비로 받을 예정인 1조4000억원을 출자전환하면 코레일이 토지매각 미수금 5조3000억원 중 2조6000억원을 시행사 자본금에 출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레일이 2조6000억원을 출자하고 나머지 1조4000억원을 삼성물산 등 민간출자사들이 출자하는 것.

코레일이 완공 시점에 드림허브에서 받을 땅값 5조3000억원 중 2조6000억원으로 자본금으로 전환하면 드림허브는 부채(땅값)가 5조3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줄어들고 4860억원 정도의 이자 비용도 절약된다는 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이 같은 증자안에 성공하면 공기업인 코레일이 대주주 지위를 확보해 경영권을 갖게 되면서, 용산개발은 민간개발에서 공공개발로 변경된다.

코레일은 보유 중인 드림허브 지분이 25%에서 57%로 높아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고, 삼성물산도 지분이 6.4%에서 29.2%로 높아져 2대 주주로 올라선다.

대신 롯데관광개발은 보유 지분이 15.1%에서 3%로 낮아져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

롯데관광개발은 용산개발 성공과 서부이촌동 주민 피해를 막기 위해 코레일의 이런 방안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즉 사실상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사업 주도권을 갖고 가다가 사업이 무산되면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관광개발은 미납 토지대금 2조6000억원을 출자전환하겠다는 코레일의 제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행정적 절차를 진행하는 데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유상증자 성공을 위해 출자사의 참여를 독려하고 신규 투자자 유치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관광개발은 또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 보유 지분 가운데 과거 삼성물산이 위탁한 45.1%를 코레일에 양도하기로 했다. 이로써 롯데관광개발의 보유 지분은 25%만 남게 된다.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한류의 메카가 될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40만명에게 일터를 제공하고 82조원의 경제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일자리 중심 창조경제 실현과 문화융성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지난 6년간 개발을 기다려온 서부이촌동 주민들에게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백의종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레일의 제안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만큼 코레일도 긴급 지원을 약속한 랜드마크빌딩 2차 계약금 4161억원을 조속히 납부해 용산사업을 정상화시켜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박해춘 용산역세권개발 회장은 "사업정상화를 위해 코레일이 결단을 내리고 이를 롯데관광개발이 수용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앞으로 코레일이 앞장서 용산사업을 이끌어 반드시 성공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간출자사들의 증자 몫이 변수여서 증자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KB자산운용, 푸르덴셜,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의 입장이 유동적이고, 롯데관광개발도 증자에 참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현재로선 민간출자사들 중에서 증자에 나설 여력이 있는 곳은 삼성물산뿐이다.

코레일의 구상은 시공권을 갖고 있는 삼성물산이 랜드마크 빌딩 시공비로 받을 예정인 1조4000억원을 미리 출자전환하면 개발 사업권을 맡기겠다는 것이지만, 삼성물산은 롯데관광개발이 코레일의 증자안을 수용한다는 결정에 환영하지만 민간출자사들 중에서 단독 증자 참여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증자안은 이사회에서 모든 출자사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심정적으로 우리(삼성물산 단독 부담)에게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단독 증자)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삼성물산은 지난 2007년 개발사업 주관사로 선정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금조달이 어렵고 사업계획 역시 무리하게 짜여 용산 사업은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2010년 주관사 지위를 반납하고 사업에서 손을 뗀 상태다.

삼성물산 측은 "지분만큼의 권리와 책임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에 변함 없다"며 "증자를 하더라도 삼성이 독자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레일 측은 민간출자자들의 동참 없이는 코레일의 단독 참여와 빌딩 계약금 지급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민간출자사들 중에 증자에 참여할 곳이 나서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증자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민간출자사들과 계속 협의하고 삼성물산의 출자 참여 여부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 기다려봐야 한다"며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