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우리나라 청소년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열심히 노력하면 지적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저학년일수록 이런 믿음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기존 해외 연구 결과와는 상반되는 것으로, 근면·성실을 강조하는 문화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학생의 자율성이 클수록 유능감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도희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서울시와 수도권에 있는 초·중·고교생 869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지적 능력에 대한 신념과 부모 및 교사의 자율성 지지가 청소년의 유능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 결과, 지적 능력의 향상 가능성에 대한 신념을 5점 만점(1점은 전혀 아니다, 5점은 매우 그렇다)으로 환산했을 때 초등생은 3.42점인데 반해 중·고등학생은 각각 3.62점과 3.63점으로 나타나, 초등생에 비해 중·고등학생이 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해외 연구 결과에서는 통상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험 등을 통해 빈번한 평가를 받게 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하게 돼 자신의 지적 능력이 고정불변한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온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부모와 교사가 학생의 자율성을 지지할수록 학생의 유능감도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교사의 자율성 지지도와 학생의 유능감 간의 관계를 ±1의 범위(0 기준. +1로 갈수록 긍정적 영향)에서 파악했을 때, 부모·교사의 자율성 지지도와의 관계는 각각 0.23과 0.14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의 자율성 지지가 자녀의 유능감 증진에 미치는 영향은 초등학교(0.17)와 고등학교(0.19)보다 중학교(0.28)에서 훨씬 큰 것으로 파악됐다.
안 교수는 고학년일수록 지적 능력 항상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이 많은 것에 대해 "이는 서양과의 문화적 차이로 봐야 한다"며 "근면·성실에 가치를 두고 이를 중요시 여기는 한국의 문화적 맥락이 중·고등학생에게도 얼마든지 노력하면 언젠가는 향상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강하게 갖게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좌절이나 실패를 경험했을 때 언제든지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할수록 난관과 역경을 더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라는 것이 안 교수의 설명이다.
안 교수는 "나 자신에게 어떤 믿음을 갖는지가 향후 성취에 영향을 준다"며 "교육 현장에서도 노력하면 향상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또 "부모와 교사는 학생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를 높이고 자율성을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며 "특히 중학교 시기에 부모가 자녀의 자율성을 지지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보고서는 한국청소년연구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