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경제전문가 46명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대로 전망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한국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민간·국책연구소, 학계 및 금융기관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 25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환경 및 정책방향' 설문조사 결과다.
◆ 올해 성장률도 2%대…경제위기 종료 늦어질 것
일단 올해 출범한 새정부의 경제여건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1.9%, 올해 전체로는 2.7%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는데, 이는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2011년의 3.6%에 훨씬 못 미칠 뿐 아니라, 한국은행이 지난 1월 발표한 올해 전망치 2.8%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러한 전망이 나오게 된 대외위협요인으로는 '유럽발 경제위기 지속'(41%)과 '일본 아베노믹스'(41%)가 가장 많이 꼽혔으며, '중국 등 신흥국 성장 둔화'(16%), '미국 재정불안'(2%)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국들의 긴축정책에 따른 실물경기의 지속적 악화, 최근 불거지고 있는 키프로스 구제금융 사태의 확산에 대한 우려 등과 함께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우리 수출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한 경계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대내요인으로는 '가계부채'(37%)가 지목됐다. 이는 '부동산시장 침체'(31%)와 함께 가계의 소비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북핵문제 등 '정치리스크'(17%)도 비교적 높은 응답률을 보였으며, 그 외에 '환율하락'(원화강세·13%), '기타'(내수침체·2%) 의견도 나왔다. '물가불안'을 선택한 전문가는 없었다.
상기 요인들로 인해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2015년 이후'에 끝날 것이란 의견이 57%로 가장 많았으며, 그 밖에 '2014년'(28%), '올해 하반기'(15%) 순이었다. 올해 상반기 중 위기가 극복될 것이라 보는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 응답자 과반이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 둔화에 대한 걱정 또한 커지고 있다.
한국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매우) 높다'는 대답이 57%로, '(매우) 낮다'는 의견 43%보다 더 많았다.
일본식 불황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급속한 인구 고령화'(35%)를 가장 큰 문제로 보았으며, '부동산버블 붕괴 조짐'(31%), '기업투자 부진'(19%), '생산성 부진'(1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 새정부 성공 열쇠는 '성장'…추경과 함께 새로운 먹거리 필요
우리 경제의 저성장 흐름을 극복하고 새정부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산층 복원, 고용률 제고, 증세 없는 복지 등을 위해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경제성장률은 '4%대'라는 답변이 50%로 가장 많았으며, '5%대 이상'(26%), '3%대'(24%) 등 응답자 전원이 3%대 이상을 기본 요건으로 제시했다.
이는 성장 없이는 국민소득 증가, 일자리 창출, 세수 증대 모두 달성되기 어렵다는 견해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활성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구체적인 정책방향에 대한 설문에서도 드러났다.
우선 응답자의 70%는 단기적 처방으로 '추경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봤으며, 그 규모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3조9000억원과 비슷한 1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일자리 확대를 위해 '신성장동력 확충'(70%)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았다. 그 다음으로는 '기업규제 완화'(20%), '세제·금융지원'(4%), '공공 일자리 확대'(2%), '기타'(4%) 등이 이어졌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이번 조사는 새정부의 출발선 상에서 우리경제가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제시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성장 기조의 극복과 새로운 먹거리 발굴 모두 소홀히 할 수 없는 만큼 이를 위해 모든 경제주체들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