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영진 기자] 14일 오전 10시 10분께 울산시 남구 여천동 삼성정밀화학 전해공장에서 염소가스가 50여분 간 누출돼 이 회사 직원 이모(34)씨 등 2명이 가스를 흡입하고, 인근 공장 근로자 4명이 두통 등을 호소해 6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염소는 위험물관리법 상 위험물은 아니지만 환경부의 사고대비물질로 분류돼 있다.
회사 측은 총 4㎏의 염소가 50분가량 누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병원으로 이송된 6명 모두 경미한 부상으로 간단한 검진을 받았으며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근 공장 근로자 4명은 당일 오후 귀가했다. 다만 이씨 등 직원 2명은 작업 당시 공기호흡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염소가스를 직접 흡입했기 때문에 후유증이 우려돼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누출은 전해공장 인근 다른 회사 직원들이 "이상한 냄새가 나 머리가 아프다"며 퇴근하다가 경찰에 알려 경찰과 소방당국이 함께 출동해 확인했다.
한편, 이번 염소가스 누출사고가 공장 정기보수를 마치고 재가동에 돌입한 지 불과 2주일 만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화학공장의 정기보수가 형식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는 지난 한달 동안 공장 정기보수를 실시했는데, 통상 정기보수 때는 공장 가동을 멈추고 주요 설비를 점검·교체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울산시는 15일 자체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사고 원인을 밝혔는데, 시에 따르면, 액화된 염소가스를 저장탱크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펌프가 고장 났다. 이에 급히 가동한 예비 이송펌프도 고장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마지막 수단으로 염소가스를 중화해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중화시설로 가스를 보내려 했는데 이 배관도 막혀 있었다.
결국 3개의 시설이 모두 먹통이 되면서 오갈 데 없어진 액화가스가 기체로 변해 팽창, 배관 이음매로 유출됐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2년마다 한 차례씩 정기 보수작업을 해왔고 사고가 난 전해공장도 지난달 보수작업 공정에 포함돼 있었는데, 보수를 마치고 재가동에 들어간 지 불과 2주일 만에 펌프, 예비펌프, 중화시설 배관이 모두 고장 나거나 막히는 사고가 난 것.
정기보수가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정밀화학의 한 관계자는 "사고가 난 전해공장은 이달 초부터 재가동을 시작해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리는 과정이었다"면서 "현재 공장 가동률을 30% 수준으로 낮춘 상태에서 정밀 진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안전 불감증"이라며 "화학공장들이 1∼2년마다 시행하는 정기 보수공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중점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을 비롯해 한국가스안전공사, 울산시 소방본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들도 진상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수사전담반을 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안전관리 의무에 소홀함이나 과실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도 회사에 전해공장 작업중지명령과 시설진단명령을 내렸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어긴 정황이 확인되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