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하나금융그룹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장기 저성장 대응 시리즈' 두 번째로 '한국 경제의 저성장 고리를 끊기 위한 설비투자 2.0'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 경제가 '제3차 경제 하락기'에 진입하였다고 진단하고, 산업별, 그룹별 설비투자 성향과 기여도를 분석했다.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제3차 경제 하락기'에 진입
보고서는 오일쇼크에 따른 1970년대 후반과 IMF 구제금융 시기인 1990년대 후반을 각각 '제1차 및 제2차 경제 하락기'로 분석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한국 경제를 '제3차 경제 하락기'로 진단하고 있다. 특히, 성장률 장기추세선을 분석한 결과 3차 하락기의 기울기가 더 크다며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국내 6대 그룹의 보유현금 대비 설비투자 비율 지속적으로 하락
또한 보고서에서는 국내 설비투자의 35%를 담당하는 6대 그룹의 보유현금 대비 설비투자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이들의 설비투자 성향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4년 6대 그룹의 보유현금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254%로 산업 평균의 1.76배에 달했으나 2011년에는 133%로 산업 평균의 1.17배에 불과했다. 산업 전체에서 6대 그룹이 차지하는 설비투자 비중은 2005년 33.3%에서 2011년 35.4%로 큰 변동이 없으나 보유 현금 비중은 2005년 19.1%에서 2011년 30.4%로 크게 높아졌다.
◆ 설비투자 둔화를 상쇄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
1998년 이후 국내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둔화되고 있어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요구되는데, 보고서는 이에 대한 대응책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투자여력(보유현금+영업이익) 대비 설비투자가 저조한 업종의 설비투자 확대를 유인하는 것이다. 현재 투자여력 대비 설비투자가 부진한 업종은 석유정제품 제조업, 의료·정밀·광학기기 제조업, 식료품 제조업 등이 있다.
둘째, 해외진출 기업들의 국내 유턴을 유도해 연간 26조원에 달하는 해외투자의 일부를 국내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하는 자본의 50%를 국내로 유인할 경우 총 설비투자가 12%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셋째,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통해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2012년 국내 FDI 규모는 163억달러(18조4000억원)인데, 이 규모가 2배로 확대될 경우 총 설비투자가 17.2%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저성장 고리를 끊으려면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설비투자 2.0이 필요
이주완 연구위원은 현재의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의 하나로 '설비투자 2.0'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이 '설비투자 1.0'이라고 정의한 기존의 설비투자 방식에서는 투자과정에서 일부의 손실을 용인하고 투입량의 양적 확대를 통해 산출량을 증가시키는 비효율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반면, '설비투자 2.0'은 투입량이 증가하지 않더라도 효율성을 높여 산출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서 단위 자본 투입에 대한 고용 창출을 극대화하고 투입 자본의 국내 경제 기여도를 높여 실질적인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주완 연구위원은 "고용창출, 환경영향, 국내 기여도, 경제 생태계 등을 세밀하게 분석한 투자 설계도를 작성해 설비투자의 양이 아닌 품질을 경영해야 한다"며 "각 산업의 변화된 키워드에 적합한 투자 패러다임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