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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불법파견 의혹.."경비에게 샤워장 보수 업무 지시"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IBK기업은행이 자회사 설립을 두고 시설·경비 노동자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IBK기업은행에 대해 불법 파견 의혹을 제기했다.

공공연대노조 서울경기지부 기업은행지회(지회장 배재환)와 전국시설관리노조 서울경기지역본부 기업은행지부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불법 파견 정황이 담긴 증거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경비 노동자들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했다. 근무기록과 근무평가를 관리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용역업체 소속인 이들에게 IBK기업은행의 직접 업무지시가 만연했다고 한다.

원청 직원이 작성한 '지시사항'이란 문건에는 상황실 정리와 사무실 정리, 두발·복장 확인과 같은 업무지시뿐 아니라 샤워장 확인·보수와 같이 계약 이외 업무지시까지 명시 돼 있다.

원청 직원이 SNS 단체방을 통해 경비 노동자들에게 원청 체육 행사를 공지하며 "전원 참석을 원칙으로 하며 1명 불참 시 총점에서 1점씩 감점하겠다"라고 쓴 자료도 공개됐다. 지난 4월, 경비 노동자들의 근무시간과 특이사항이 적힌 근무기록부 감독자란에 원청 직원이 서명한 자료도 있다.

경비 노동자가 원청 관리자에게 직접 업무를 보고하고 점검받는 사례가 다반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 업체가 아닌 원청 업체가 실질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불편파견에 해당한다. 또 경비업법에 의해 용역업체 경비원에게 경비 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지시하는 것도 위법 소지가 된다.

이들은 불편 파견 논란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자회사 방안을 철회하고 직접 고용 정규직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비는 근무여견상 어쩔 수 없이 불편 파견이 자행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IBK기업은행은 이들의 주장에 대해 정규직 전환 방식은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IBK기업은행은 용역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작년 11월부터 시작해 20여 차례 열었다. 그러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편, 앞서 작년 12월 7일, IBK기업은행 경영지원그룹장 명의로 각 지점에 공문이 발신됐다. "경비‧차량 안전과 관련해 몇 가지 당부 드립니다. 첫째 경비원의 경비 업무 외 업무 지시 금지입니다. 특히 서류 작성, 차량 운전, 우체국 심부름 등을 시켜서는 안 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해당 공문 내용을 통해 은행 내 고용 형태 예측이 가능하다.

5개 용역업체는 경비직군 748명에 대해 각 용업업체는 조사 용지에 서명을 강요한 일이 올 초 있기도 했다. 해당 문서에는 '경비 업무만 실시하고 있음'과 '경비 업무 외 업무를 하고 있음'이란 문구가 있었는데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용역업체는 용지를 임의로 수정해 가져갔다.

"'경비 업무만 하고 있다'라는 공란에 체크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 등의 협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이 서명 강요가 IBK기업은행의 지시로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불법파견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IBK기업은행이 이미 정해놓은 자회사로의 간접고용이 불가능하게 될 것 같으니 용역업체를 통해 경비직 노동자들에게 서명을 요구한 것이었다"고 배재환 지회장은 말했다.

배 지회장은 "IBK기업은행은 너무나 당연하게 심부름을 비롯한 잡일을 시켜놓고 이제 와서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물밑 작업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