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이 부동산 정책 보완에 나섰지만 세제 완화 등을 놓고 입장차를 드러내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와 투기 수요 억제라는 큰 원칙은 공유하고 있지만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당과,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는 정부·청와대 간에 각론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23일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원칙을 쉽게 흔들어버리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해 "종부세 대상자는 3∼4%밖에 되지 않는다. 전 국민에게 떨어지는 세금 폭탄으로 오해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신중한 기조로 언급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정의당 여영국 대표와 만나 "민주당 의원이 174명에 달해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이것이 당정청의 공식적 입장으로 정리되진 않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종부세·양도세 놓고 갑론을박
당내에서는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거나, 대상자를 현 3.4%에서 1∼2%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종부세 완화를 두고는 당내에서 "대한민국이 52만명(종부세 부과 대상)의 나라가 아니다"(소병훈 의원)라는 강한 반발도 나오는 상황이다.
진성준 의원은 종부세 완화 법안을 발의한 김병욱 의원에 대해 "지역구(분당) 사정 때문 아닌가 생각한다"며 "종부세 부과 부담 때문에 선거에 졌다고 진단하는 것은 잘못 진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완화 주장까지도 나온다.
무주택자 대출 규제 완화와 관련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을 90%까지 완화하자(송영길 당 대표 후보)는 등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개별 의원의 주장이 잇따라 보도되며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 정책위는 이날 "일부 언론이 보도한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및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검토키로 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지하며 수습에 나섰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가 끝난 뒤 "청년과 무주택자에 대한 대책, 1주택자에 대한 대책, 투기 근절 대책 등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면밀한 설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