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공포에도 별다른 공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새 정부 출범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만큼 문 대통령과 공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검경 협조체계 강화 등 수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검수완박법 공포에 대해 "예상된 수준 아니겠나"라며 "우리가 (새 정부) 들어가서 할 일이 많다. 향후 대응을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굳이 메시지를 세게 낼 필요가 없다"며 "내부적으로는 정부 출범 뒤 검경 협의체 구성 등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추진한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그대로 의결했다.
윤 당선인 측은 그동안 '검수완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대통령직인수위는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검수완박을 "헌법 파괴 행위"로 규정하며 민주당을 성토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6·1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 의견을 직접 묻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회 의석 구조상 국민의힘의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 여론을 발판으로 민주당을 압박하겠다는 포석이었다.
문 대통령이 결국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윤 당선인은 직접 강력한 비판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현실적인 대비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전날 발표된 국정과제에는 검찰·경찰도 공수처와 함께 부패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공수처법 24조를 폐지하는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검찰과 경찰, 법무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가동, 검수완박법 시행에 따른 수사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한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당장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검수완박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윤 당선인 측으로선 보다 여유를 갖고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지점이다. 다가오는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심판론'에 불을 댕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9∼21일 전국 18세 이상 1천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검수완박과 관련해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55%로 과반을 기록했다. '경찰에 이양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35%에 그쳤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검수완박 통과로 민주당이 오히려 더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며 "윤 당선인이 검수완박에 비판적인 입장은 여전하지만, 당장은 본인이 직접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