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3발을 쏘아 올리는 무력 시위를 감행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초기부터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한미 양국이 지난 21일 첫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 확대를 통한 대북 견제에 합의한 지 나흘 만이다.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취임사에서 '담대한 계획'을 언급했던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 방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보고받은 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한 국제사회 대북 제재의 철저한 이행과 상시 대비태세 유지, 한미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 실행력 및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 실질적 조치 이행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지난 10일 취임 후 처음이다. 지난 12일 미사일 발사 때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그만큼 북한의 이날 발사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미국으로 향한 직후 이뤄진 사실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북핵 대응 수단으로 '핵'을 처음 명문화하는 등 북한 비핵화와 도발에 대한 원칙적 대응을 천명한 한미정상회담 논의 결과에 대한 북한의 '응답'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성과를 낸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하기 전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북한이 보내는 신호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도발 수단으로 ICBM을 선택, 2018년 4월 이후 지켜온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을 파기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당분간 고강도 도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으로, 한반도 정세를 크게 뒤흔들 수 있는 제7차 핵실험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윤 대통령이 참석한 NCS가 이번 발사를 '중대한 도발'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하는 등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이유다.
같은 시각 발표된 정부 성명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며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모라토리엄 파기를 행동으로 옮긴 만큼 당분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를 '실패'로 규정하고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23일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일시적인 도발과 대결을 피하기 위해 저쪽의 심기 내지는 눈치를 보는 그런 정책은 아무 효과가 없고 실패했다는 것이 지난 5년 동안에 이미 증명됐다"며 그런 정책을 '굴종외교'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