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일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전대 준비 체제로 들어가면서 '룰의 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전준위는 7월 하순으로 예상되는 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 달 남짓의 기간에 전대 규칙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세부 규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대 출마 주자와 계파 간 이해가 엇갈리는 만큼 이 기간에 룰을 둘러싼 신경전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이다.
민주당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의 비율로 가중치를 매긴다.
오랜 기간 당에 공헌한 바가 큰 대의원의 경우 옛 주류였던 친문(친문재인) 성향이 상대적으로 다수여서 현행 규칙으로 전대를 치르면 친문계에 그만큼 유리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때문에 친이재명(친명)계에서는 권리당원의 반영 비율을 높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나 지난 대선을 전후해 친명 성향의 당원들이 대거 입당한 만큼 친명계로서는 이 같은 요구를 관철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재명 상임고문은 지난 18일 지역구인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가 큰 원칙"이라고 말했다.
친명 성향의 당원 표심을 더 많이 반영되도록 하려는 의중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친명계의 주장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계파와 무관하게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 일각에서 전대 룰 변경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행 규칙이 '줄 세우기'와 같은 계파 정치의 폐해를 양산하는 만큼 민심을 더 많이 반영하는 데 필요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고문의 발언을 두고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낡은 인식이고 낡은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당심과 민심을 각각 절반씩 반영하는 안을 요구해 온 박 의원은 "당심과 민심의 괴리에서 벗어나야 민주당은 민심의 너른 바다로 다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대 룰을 고리로 삼아 현시점에서 사실상 가장 강력한 당권주자인 이 고문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한 '대선·지선 평가 및 제안 2차 토론회'에서도 이 고문의 당 대표 선거 출마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불리를 따지는 듯한 이 고문을 향해 하루라도 빨리 입장을 정하라는 압박으로도 풀이된다.
계파 간 공방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전준위는 국회에서 1차 회의를 열고 전대 규칙 논의에 착수했다.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회의에서 "당의 역사성과 시대정신을 고루 반영함으로써 누구나 합의할 수 있는 룰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대의원 제도는 유지하되 대의원·권리당원의 현행 투표 반영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여지는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