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8·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하는 당권 주자들의 '민주당 청사진'도 계파 간 이해와 각자의 처지에 맞춰 차별화하는 양상이다.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당권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상임고문은 비명(비이재명)계를 아우르는 통합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이에 맞서는 비명계 주자들은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을 깨기 위한 과감한 혁신으로 승부를 보려는 태세다.
이 고문에 맞서는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중 한 명인 강병원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당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을 당 대표가 아닌 중앙위에서 인준하도록 하는 등 당 대표의 공천권을 내려놓겠다는 게 핵심이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윤석열 정부가 자꾸 실수하는 상황에서 '기회만 잘 보면 된다'고 생각하면 진다"면서 "정부에 실망이 커도 민주당이 혁신하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혁신을 강조하는 메시지는 결국 어느새 당의 주류가 된 이 고문과 친명(친이재명)계는 이미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만큼 이들이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세대교체론을 등에 업은 이들이 주류의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고 전면에 나서야 선거 패배의 흔적을 지울 수 있고 민심에 강력한 혁신의 의지도 보일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강훈식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새로운 사람들이 나서면 국민이 '달라지는구나. 혁신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라고 밝혔다.
1위 주자로서 이들의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이 고문과 친명계 역시 혁신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동력은 당의 통합으로 마련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비명계와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당원 지지세가 가장 두터운 이 고문이 당권을 잡아 강력한 리더십으로 통합을 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명계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변화를 만들려면 통합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라며 "계파에 따른 의원 간 불신을 없애고 강성·온건 지지자를 통합해 이를 바탕으로 민생을 챙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엇갈리는 이해관계로 당권 주자 간 대결 구도가 선명해지는 가운데 최고위원 선거전에서도 비교적 잠잠했던 친문(친문재인)계가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레이스가 가열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과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최고위원 도전을 선언했다.
최고위원 선거의 경우 이전까지 친명 성향의 강경파 초선의원 모임인 '처럼회'의 장경태, 이수진(동작을), 양이원영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는 등 친명계 의원들의 움직임이 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