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에서 쟁점으로 부상한 '기소 시 직무정지' 당헌을 '하급심 유죄 선고 시 직무정지'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기소 단계에서 직무를 정지하는 게 아니라 1심 판결까지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같은 방안에 대해서도 당내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복수의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준위는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현재의 당헌 80조 1항을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의 당직을 정지한다'로 수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우선 당직을 정지시키는 기준을 '기소'에서 '하급심 유죄'로 높였다.
검찰의 기소 만으로 당직이 정지될 경우 검찰의 보복수사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는 '개정 찬성파'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지금의 '정지할 수 있다'는 문구를 '정지한다'로 바꾸면서 1심 판결 후에는 정지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넣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당헌 개정으로 인한 '윤리기준 후퇴'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같은 '강행 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준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도 있는데 기소됐다는 이유만으로 당직을 정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 "대신 유죄 선고를 받을 경우 당직을 정지한다는 강행 규정은 넣어야 한다고 본다. 비상대책위원회와도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당국의 수사가 정치탄압·보복수사로 판단될 경우 징계에서 예외를 인정하게 돼 있는데, 이를 판단하는 주체를 윤리위원회에서 최고위원회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윤리심판원 심의·의결 절차가 한 달가량 걸리는 만큼 신속하게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최고위가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전준위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일차적으로 당헌 80조 개정 관련 의견을 모았으나, 향후에도 논란은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당헌 80조 개정의 경우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상임고문 지지자들이 꾸준히 요구해 온 것인 만큼 지도부가 특정 후보에 편향된 결정을 했다는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다.
특히 검찰이 조만간 이재명 당대표 후보를 기소할 수 있다는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가운데 이같이 변경할 경우 이 후보의 '방탄용'으로 당헌을 고친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최고위원 경선에서 친이재명계 후보들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 전대 이후 '친이재명 최고위'가 꾸려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징계처분 취소 권한을 최고위에 주는 것 역시 방탄 논란을 가속화할 수 있다.
권리당원 누적 득표율 상위 5인 가운데 고민정 후보를 제외한 4명(정청래 박찬대 장경태 서영교)은 모두 친이재명 성향이다.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헌 80조 개정을 추진한다면 이는 한 사람을 위한 민주당임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를 위해 퇴행하는 길을 걷지 않아야 한다. 이재명 의원의 선당후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준위는 오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당헌과 강령 수정 방안을 논의한 후 최종 의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