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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올린 '정진석號', 李리스크·내홍 수습 첩첩산중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인 '정진석호(號)'가 우여곡절 끝에 14일 첫발을 뗐다.

집권 초반 여당 지도부가 붕괴한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일단 리더십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준석 전 대표가 새 비대위원장·비대위를 대상으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줄줄이 앞두고 있어 항로는 아직 안갯속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국회에서 첫 회의를 주재하며 "임무는 자명하다. 국정운영의 두 엔진 중 하나인 집권당을 정상화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튼실하게 뒷받침해야 하는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비대위가 첫 회의를 열고 새 조직부총장·비서실장 등 당직 인선을 단행하면서 지난 7월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및 최고위원의 줄사퇴 이후 전임 '주호영 비대위'의 조기 낙마 사태까지 진통을 거듭해온 여당 지도체제가 전열을 재정비하고 나선 모습이다. 사무총장과 대변인은 유임키로 했다.

그렇지만 아직 '비대위 시즌2'가 온전히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 전 대표의 '대 국민의힘' 가처분 소송전이 다시 무대에 오르는 날이다. 앞서 '주호영호'를 좌초시킨 이 전 대표의 '가처분 과녁'은 이제 정진석 비대위를 다시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 비대위 출범 과정에서 진행한 당헌·당규 개정 작업 등과 관련해 이 전 대표가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이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심리를 개시했다. 이 전 대표는 오전 11시 직접 법원에 출석했다.

정 위원장을 직접 겨누고 있는 비대위원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결과도 이르면 다음 주 안으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새 비대위의 존속 여부뿐만 아니라 집권여당의 명운이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대위가 또 좌초될 경우 당내 혼란상은 극한의 양상으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오는 19일로 예상하는 새 원내대표 경선은 물론,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일정까지 줄줄이 차질이 빚어지며 '지도부 공백' 사태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비대위에서 발언하는 정진석 비대위원장
비대위에서 발언하는 정진석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지도부는 가처분이 또 인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오전 KBS 라디오에서 "당내 의사결정에 대해 법원이 브레이크를 걸지는 않으리라"고 말했다.

김종혁 비대위원도 MBC 라디오에서 "정당이라는 것은 자유로운 결사이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며 "사법 자제가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가 정치와 외교"라고 강조했다.

'가처분의 벽'을 넘어선 이후에도 당내 혼란을 수습하기까지는 첩첩산중이 남아있다.

권 원내대표의 후임을 선출하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자천타천으로 출마를 검토하는 이들만 10∼12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특히 재선부터 5선까지 후보군의 '선수(選數)'도 중구난방인데다가 새 원내대표 임기에 대한 문제도 당내 의견이 좀처럼 모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어서 교통정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내지도부를 띄우고 나면 곧장 차기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국면으로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대 시기를 결정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는 비대위 임기와도 맞물리는 문제인데다가 당권 주자들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시기나 룰을 정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복잡다단한 내부 재정비 과정을 진행하면서 정기국회 및 대야관계 대응에도 중심을 잡아야 한다.

또 이 모든 상황은 최근 몇 달간 동반하락세를 거쳐 박스권에 갇혀 있는 당정 지지율을 견인하는 문제와도 연결된다는 분석이어서 정진석호의 항로는 마지막까지 수많은 암초를 뛰어넘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친윤 프레임' 극복도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정 위원장이 지휘봉을 잡은 이번 비대위에는 당내 범친윤계로 분류되는 정점식 전주혜 의원을 비롯해 김병민 전 대선 선대위 대변인 등이 두루 포진해있다.

검찰 시절부터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혀온 주기환 전 비대위원도 포함됐다가 발표 직후 사의를 표명하면서 친윤 색채 강화라는 해석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