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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서울시 임옥상 작품 철거 이유는

서울시가 임옥상 작품 철거를 이틀 만에 끝냈다.

서울시는 5일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있는 민중미술가 임옥상 화백의 조형물 2점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기억의 터는 전쟁 성범죄 피해로 고통받은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곳이다. 이곳에는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등 임 화백의 작품 2점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임옥상 화백이 최근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음에 따라, 서울시는 작품 철거를 결정했다. 특히 기억의 터에 성추행 유죄 판결을 받은 작가의 작품을 존치하는 것은 위안부를 모욕하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임옥상 작품 철거
▲ 5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에 위치한 '대지의 눈' 철거 현장에 임옥상 작가의 이름이 적힌 조각이 남아있다. [연합뉴스 제공]

임옥상(73) 화백은 지난 50여년간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비판적 작품을 발표해 '1세대 민중미술작가'로 불린다. 대중에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중구 전태일다리 위에 세워진 전태일 동상 및 중랑구 녹색병원 건물 외벽을 장식한 설치미술작품 '노동을 위하여'가 있다.

이 외에도 강서구 가양동 겸재정선미술관에 있는 '신진경산수화', 서초동 대검찰청에는 있는 이준 열사 흉상, 여의도 민주당사에 전시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흉상도 모두 임옥상 화백의 작품이다.

하지만 임 화백은 10년 전인 지난 2013년 8월 자신의 미술연구소에서 일하던 직원을 강제로 추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혐의로 그는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최후변론에서 "10년 전 순간의 충동으로 잘못된 판단을 해 피해를 줬다.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8월17일 임 화백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임 화백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그가 반성하고 있고 2000만원을 공탁한 점을 들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임 화백은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이에 서울시는 4일 오전 중장비를 동원해 '기억의 터'에 있는 임옥성 화백의 작품 철거를 시도했다. 하지만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측이 이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일방적인 기습 철거라며 맞섰다.

정의연 측은 "피해자들의 말과 이름이 지워지면 일본의 과오가 지워지고, 임옥상의 성폭력도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고 그대로 지워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기억의 터를 지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위안부의 피해를 기억하고 그 아픔을 가슴 깊이 더 제대로 기억하겠다는 것"이라며 다음날 철거를 단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임옥상 화백 작품 철거를 반대한 정의연과 일부 여성단체를 향해 "시민단체는 죽었다"며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가 성추행을 인정한 작가의 작품 철거를 막아선 것은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비정상화된 노조에서 벗어나고자 올바른 노조 운동이 싹텄듯, 진영논리가 아닌 상식과 시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민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임옥상 화백 작품 철거 후 위안부 피해자들을 제대로 기릴 수 있도록 조형물을 재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