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면서 안정권에 접어든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무역수지가 다시 악화하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0일 오피넷 등에 따르면 북해산 브렌트유의 가격은 전날 기준 배럴당 94.34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한때는 95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두바이유 가격도 95.19달러를 기록해 100달러에 근접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가 각국의 금리 인상 및 원유 수요 감산 전망이 나오면서 점차 안정화됐다.
올해 초에는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왔다.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OPEC+(플러스)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인해 최근 들어 다시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유가 상승 국면에서는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시장에 풀어 맞섰지만, 이번에는 전략비축유 재고도 예년보다 적어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유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지표는 소비자물가다. 단순히 석유류 가격 넘어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상품 가격에 반영되는 원재료로서의 성격이 강한 데다가 물류비와 에너지 비용 등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한국 정부에 딱히 없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5.2%에서 7월 2.3%까지 지속해서 하락했다.
정부는 앞서 하반기에도 물가 안정세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국제 유가가 예상외로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러한 전망도 흔들리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면 내수 회복에도 걸림돌이 된다.
금융 당국이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면 경기 전반에 추가적인 타격도 불가피하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한두달 유가 상승 흐름만을 가지고 물가 안정 흐름 전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승세가 길어지면 경기 전반에 파급력이 향상되면서 물가가 다시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유가 상승은 무역 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처럼 중간재 수입과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인상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국내 경상수지는 5∼7월 석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는데,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 영향으로 상품 수지가 흑자를 낸 영향이 컸다.
수출 회복세가 아직 가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 상승의 여파가 수입 증가로 이어진다면, 무역수지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10월부터 물가 상승률이 다시 하락하고, 수출이 '플러스'를 기록하면서 경제 회복 흐름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만약 고유가 흐름이 장기화한다면, 오는 10월로 전망되는 경기 반등 시점이 더욱 미뤄질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할 때 유가가 상승하면 모든 거시변수가 다 부정적으로 돌아설 확률이 가능성이 높다"며 "상승 흐름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 성장률을 비롯한 경기 전반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