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용률보다 높은 퇴사율, 떠나가는 청년 잡아라

최근 일자리 체험 프로그램이나 취직 수당 등 다양한 취업 지원 제도 등으로 청년 고용률이 소폭 상승한 데 비해 취업 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청년들 수는 갈수록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에 현재 청년층이 과거와 달리 회사에 오래 근속하지 못하는 이유와 안정적인 청년 취직 기간 유지를 위해 사회·기업이 변화해야 할 점 등을 정리했다.

▲'실제 업무 생각과 달라', 취업 1년 내 퇴사 17%

지난해 중소기업에 입사한 청년 가운데 17%가 입사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발표한 지난해 신입 직원을 채용한 중소기업 160개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채용한 신입사원 가운데 입사한 지 1년 이내에 퇴사한 직원이 최소한 한 명이라도 있는 회사가 87.5%에 달했다.

또 신입사원 가운데 1년 내 퇴사한 직원의 비율은 평균 17.1%이며, 56%에 달하는 퇴사자가 입사 후 3개월 이내에 모두 회사를 그만뒀다.

퇴사자가 밝힌 여러 퇴사 이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실제 업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기 때문’으로, 45%를 차지했다.

그 밑으로는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 41%, 이직 36%, 기업문화 부적응 22%, 연봉이 낮다 17%, 업무량이 과하다 15% 순이었다.

[연합뉴스 제공]

▲ 대기업도 마찬가지, 돈보다 중요한 ‘나’

MZ세대의 퇴사라는 키워드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을 많이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힘들게 들어간 대기업에서조차 적성과 맞지 않는 업무 등 여러 이유로 MZ세대의 퇴사가 늘어나고 있다.

취준생들은 대기업 취업을 꿈꾸지만, 막상 직장인들은 퇴사가 꿈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또 다른 구인구직 플랫폼 ‘잡플래닛’은 만약 퇴사한다면, 혹은 계속 다닌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6개 대기업의 150개 계열사와 입사 선호도가 높은 기업의 이용자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를 지난해 공개한 바 있다.

설문조사 대상이 된 대기업은 삼성·SK·CJ·LG·현대·롯데이며, 입사 선호도 높은 기업은 ‘네카라쿠배당토’로 불리는 네이버·카카오·라인플러스·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이다.

대기업 직원들의 퇴사 이유 [잡플래닛 제공]

2021년 기준 9000여 개의 답변을 통해 잡플래닛이 내놓은 대기업 퇴사 이유 1위는 ‘회사의 비전이 어둡기 때문’으로, 30%를 차지했다.

또 입사 선호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에는 회사별로 차이가 존재하나, 대체로 워라밸이라 불리우는 삶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다수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큰 목표보다 당장 자신의 앞에 놓인 업무상의 스트레스나 적성에 맞지 않는 기업문화 등이 문제였다면, 대기업은 회사 안에서의 자신의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퇴사를 한다는 것이다.

예전의 사회 고속성장기와 달리 평생직장과 정년퇴직이라는 개념이 거의 사라진 현재, 공무원 정도가 아닌 이상 안정적인 직장은 존재하지 않게 됐다.

그렇기에 대기업에 취직했더라도, 해당 기업의 비전이 명확히 인식되지 않거나 그 속에서 자신이 올라갈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청년이 퇴사를 결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 퇴사율 줄이러면?

앞서 언급했던 조사 자료에서 두드러진 면은 사회의 시선만큼 연봉의 중요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잡코리아의 중소기업 퇴사 이유 설문조사는 연봉이나 성과급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퇴사한다는 사유가 불과 10% 초반을 기록했으며, 고학력자들이 모인 대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임금으로 인한 불만사항은 그리 높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없거나, 현재 맡은 직무의 앞날이 불확실하다 부분이 퇴사의 주된 이유로 꼽혔다.

최근 사업주들이 관심을 가지는 워라밸의 경우에도 비교적 순위가 높았지만, 수당에 비해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과는 달리 대기업은 이미 사내 복지가 높은 수준인 경우가 많아 비교적 퇴사 사유에서는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는 청년들의 사내 정착과 퇴사 방지를 위해 중소기업의 사내 복지 증진을 보조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중소·중견기업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워라밸 일자리 장려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워라밸 일자리 장려금 지원제도 포스터 [고용노동부 제공]

해당 사업은 일괄적인 근로 시간 단축과는 결이 다른데, 자유로운 시간 선택을 선호하는 청년들의 성향에 맞춰 근로자의 선택을 중시한다.

주요 골자로는 근로자가 가족돌봄, 건강 문제 등과 같은 개인적인 사유로 근로 시간 단축을 요청할 때 이를 허용한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 등이다.

해당 보조금에는 줄어든 근로 시간으로 인한 사업자의 손해를 보전하는 ‘임금감소액 보전금’과 단축 근로자의 노무 관리 등에 사용한 사업자의 시간 등을 보전하는 ‘간접노무비’가 존재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워라밸 일자리 창출 사업은 청년 세대의 직장 적응을 돕고 사업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등으로 노동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해야 하던 지원요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완화한 만큼, 근로자의 더 활발한 제도 활용이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