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소폭 하향하고 내년 물가상승률은 상향 조정했다.
우리 경제의 반등 폭이 당초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물가 둔화 속도도 예상보다 더 느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반영됐다.
한은은 30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1%를 제시했다. 지난 8월 전망(2.2%)보다 0.1%p 낮아진 수치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4%에서 2.6%로 0.2%p 올렸다.
한은 전망치 2.1%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2.2%보다 낮고 한국금융연구원(2.1%)과 같다.
이번 전망치 조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날 내년 전망치를 2.1%에서 2.3%로 0.2%p 높인 것과 반대되는 방향이기도 하다.
한은은 다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했다.
소비 침체로 인한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4분기 들어 반도체 업황이 점차 회복됨에 따라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 회복, 서비스업·고용 개선 지속 등으로 경기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KDI 역시 지난 9일 '2023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경기 부진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2월(2.5%) 이후 5월(2.4%), 8월(2.1%), 11월(1.7%), 올해 2월(1.6%), 5월(1.4%) 등으로 하향 조정해왔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에서 3.6%로, 내년 전망치를 2.4%에서 2.6%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고 국제 유가 상승도 진정됐으나, 물가 상방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각국 중앙은행과 투자은행 등 주요 기관이 한국의 물가 목표 수렴 시점을 2025년 상반기 중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은의 2025년 경제전망도 이날 처음 제시됐다.
한은은 후년 경제성장률이 2.3%,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