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출동 중 피의자의 흉기 공격을 받은 뒤 수년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던 50대 경찰관이 끝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5년간 매해 20명 이상의 경찰관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으며,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며 전문 기관을 찾는 인원은 5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선 치안 현장의 생명 위협과 정신적 외상이 임계치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분석된다.
광주경찰청은 19일 모 지구대 소속 A 경감이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전날 사망했다고 밝혔다. A 경감은 지난 2024년 4월 현장 출동 중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다친 뒤 심각한 우울감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어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는 최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끝에 중태에 빠졌으며 의료진의 집중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사건의 발단은 약 2년 전 관내에서 발생했던 경찰관 3명 피습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 경감은 사소한 시비 끝에 행인을 폭행하고 달아난 피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동료들과 함께 흉기 공격을 받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신체적인 부상은 일정 기간의 치료를 통해 회복되었으나 현장에서 겪은 생명의 위협은 지워지지 않는 정신적 흉터로 남았다.
일선 경찰관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조직 전체의 치안 역량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매해 20명 이상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도별로는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 2024년 22명, 지난해 25명으로 집계되어 공권력 보호를 위한 대책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경찰청이 운영하는 심리 치유 기관인 마음동행센터의 이용자 수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9년 6,183명 수준이었던 이용객은 2024년 16,923명으로 5년 만에 약 173퍼센트 급증했다. 이는 경찰 내부에서 심리적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현장의 치안 강도와 위험도가 높아졌음을 반증하는 수치다.
현장에서는 신체적 상해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내상에 대한 국가적 보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광주 지역에서는 지난해 2월에도 흉기 난동범을 제압하던 경찰관이 중상을 입고 현재까지 병가와 휴직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험 직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심리적 질환을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는 절차가 까다로워 많은 경찰관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박정수 광주경찰청 직장협의회장은 "직무 중 사고를 당해 PTSD 등에 시달리는 경찰관이 상당히 많지만, 공상이나 순직을 인정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더는 불행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관심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권력의 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피해를 개인이 오롯이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경찰관의 심리적 취약성이 자칫 치안 서비스의 질적 저하나 현장 대응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인력이 현장에 투입될 경우 긴박한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무분별한 공상 인정이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신중론도 존재하나, 현장의 위험도를 고려한 유연한 기준 적용이 요구된다.
향후 정부와 경찰 지휘부는 경찰관의 정신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예산 확보와 법적 근거 마련에 주력할 방침이다. 단순히 상담 센터 이용을 권장하는 수준을 넘어 고위험 직무 수행 후 의무적인 휴식과 전문 치료를 보장하는 강제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현장 경찰관들이 안심하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민생 치안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A 경감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현장 경찰관들의 처우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 내부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전수 조사와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일선 경찰관들의 소리 없는 절규를 멈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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