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축구 대표팀이 전쟁 상대국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경기를 소화한 뒤, 라커룸에 평화와 우정을 기원하는 자필 메모를 남기며 깊은 감동을 자아냈다.
이란 대표팀은 지난 22일 LA 스타디움에서 열린 G조 2차전에서 벨기에와 0-0으로 비겼다. 앞서 같은 경기장에서 치른 뉴질랜드와의 1차전에서도 2-2로 무승부를 거뒀던 이란은 2경기 연속 무승부로 조별리그 3차전이 예정된 시애틀행을 앞두고 있다.
경기 못지않게 주목받은 것은 바로 라커룸에 남겨진 한 장의 편지였다. 이란축구협회는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란 대표팀이 벨기에전 무승부 후 미나브 학교 공습 사건에 대한 감동적인 메모를 라커룸에 남겼다"고 전했다. 메모에는 미국의 폭격으로 숨진 어린이들을 기리는 '#168 #미나브'가 적혀 있었다.
이란 대표팀은 메모에서 "수천 년 전 고대 페르시아부터 오늘날 문명화된 이란에 이르기까지 이란의 정신은 살아 숨 쉬며 굳건히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자랑스럽게 LA에 왔고, 명예롭게 경쟁한 뒤 존엄을 지키며 떠난다"며 "LA의 환대와 180분 동안 마음과 목소리, 영혼을 바쳐 응원해준 이란인에게 감사한다. 모든 국가에 평화와 존중, 그리고 우정이 함께 하길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이란 대표팀이 이 같은 메시지를 남긴 배경에는 험난했던 여정이 있다. 이들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미국 비자 발급 문제로 곤욕을 치렀고, 베이스캠프마저 미국에서 멕시코 티후아나로 변경하는 악재를 겪었다. 경기 전날 미국에 입국해 경기 직후 곧바로 출국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2경기 연속 무승부를 일궈냈다.
조별리그 탈락과 생존의 기로에 선 이란의 시애틀 3차전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미 이란 대표팀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잊히지 않을 메시지를 세계에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