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2026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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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 라벨까지 뜯고, 6만 좌석엔 테이프로…FIFA '클린 스타디움'의 집착

김동민2026년 6월 27일조회 2
물병 라벨까지 뜯고, 6만 좌석엔 테이프로…FIFA '클린 스타디움'의 집착
[사진=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한창인 가운데, 경기장 안팎에서 FIFA의 '상표 지우기' 작전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FIFA는 '클린 스타디움(Clean Stadium)' 정책을 앞세워 공식 스폰서의 브랜드 노출 독점권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번 대회 16개 경기장 모두가 원래의 기업 명칭 대신 지역명을 기반으로 한 중립적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미국 '링컨 파이낸셜 필드'는 '필라델피아 스타디움'으로, 경기장 외벽에 걸려있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초상은 FIFA 로고가 새겨진 대형 현수막으로 덮였다. 보스턴에서 약 48㎞나 떨어진 '질레트 스타디움'은 '보스턴 스타디움'이라는 간판을 달아야 했고, 무려 6만 5천 석 전 좌석에 붙은 브랜드 마크를 일일이 테이프로 가리는 대대적인 수작업까지 벌여야 했다.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규제의 강도는 상상을 훌쩍 넘어섰다. 태극전사들이 베이스캠프를 차린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는 관중이 소지한 물병의 상표 라벨을 보안 요원이 일일이 떼어내도록 조치했다. 대회 공식 스폰서인 코카콜라와 생수 브랜드 씨엘 제품이 아니면 브랜드를 노출한 채 반입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매점의 케첩·머스터드 소스 통도, 복도 곳곳의 좌석 안내판도 예외 없이 스티커와 테이프로 기존 스폰서 '아크론'의 흔적이 지워졌다.

CD 과달라하라 구단은 FIFA 지원 없이 자체 예산을 투입해 아크론 간판을 내리고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라는 새 간판을 설치했다. 구단 관계자는 "복도 안내판 하나하나까지 빠짐없이 가려야 했기에 대회 준비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FIFA의 촘촘한 규제가 오히려 비공식 브랜드들의 재치 있는 역발상 마케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의류 브랜드 리바이스는 간판을 흰 천으로 덮었지만 특유의 박쥐 날개 모양 로고 실루엣이 되레 선명하게 드러났고, 식품 브랜드 하인즈는 테이프로 가려진 자사 케첩 사진을 SNS에 공유하며 특별판까지 출시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결벽증에 가까운 FIFA의 통제가 월드컵 마케팅의 새로운 전쟁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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