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들만 월드컵을 꿈꾸는 게 아니다. 피치 위 또 다른 주인공, 심판들도 수십 년의 땀과 희생 끝에 이 무대에 섰다.
2026 북중미 FIFA 월드컵에는 주심 52명, 부심 88명, VAR 심판 30명 등 총 170명의 심판진이 참가했다. 본선 48개국·104경기 체제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전 세계 50개 FIFA 회원국 출신으로 구성됐으며 여성 심판도 6명이 포함됐다. 그러나 FIFA 국제심판 명단에 등록된 3,725명 가운데 실제 월드컵 무대를 밟은 심판은 단 4.5%에 불과하다.
선발 과정은 냉혹하다. FIFA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직후부터 후보자 검증을 시작해 세미나, 체력 테스트, FIFA 주관 대회 경험 여부를 따졌다. 지난 3년간 국내외 경기에서의 판정 능력을 지속적으로 평가받은 뒤에야 최종 명단이 확정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부심을 맡았던 이탈리아의 레나토 파베라니는 "중요한 경기마다 평가관이 심판진을 관찰하고, 경기 후에는 다른 심판팀과 비교 평가받는다"고 밝혔다. 월드컵 심판으로 선발된 이후에도 매 경기 출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경기 사나흘 전 최근 경기력을 종합해 배정이 결정된다.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다. 심판들은 경기 며칠 전부터 매일 장거리 달리기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하는 동시에 담당 팀의 경기 영상을 몇 시간씩 분석하며 선수들의 전술과 성향까지 파악한다. 특히 선수들보다 평균 연령이 높은 심판들은 더욱 혹독한 체력훈련을 감내해야 한다. 2002 한일 월드컵 결승전 부심 레이프 린드베리(스웨덴)는 "나이 때문에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체력훈련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개인적 희생도 크다. 린드베리는 "대부분의 심판은 적어도 한 번은 이혼을 경험했다"며 가정생활의 대가가 혹독하다고 고백했다. 또 자국 경기에는 이해충돌 방지 원칙에 따라 배정받지 못해, 조국의 탈락을 바라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감수해야 한다.
VAR 도입 이후 온라인 악성 비난이 일상화된 것도 심각한 문제다. 비영리단체 '레프리 어브로드'의 다니엘레 쿠르치오 대표는 "심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신규 심판도 줄고 있다"며 "선수가 페널티킥을 놓칠 수 있듯, 심판도 실수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월드컵의 공정성을 지키는 이들의 헌신, 이제는 우리가 주목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