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첫 48개국 체제로 '역대 최대·최고의 월드컵'을 자처했던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정치 논리에 얼룩지며 축구 본연의 가치를 위협받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다. 가장 뜨거운 사례는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AS모나코)의 징계 유예 논란이다. 발로건은 지난 2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아 벨기에와의 16강전 출전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FIFA는 16강전 하루 전, 출전 정지 징계를 1년 유예하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재고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며 외압 논란이 폭발했다. 결국 징계 유예의 '혜택'을 받고 선발 출전한 발로건과 미국은 벨기에에 1-4로 완패, 초라하게 대회를 마감했다.
FIFA 정관은 축구 행정에 대한 제3자의 정치적 간섭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행사에 참석하고, 지난해 돌연 'FIFA 평화상'을 신설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여하는 등 정치와의 모호한 거리로 줄곧 비판을 받아왔다.
개최국 미국의 강경한 출입국 통제도 대회 내내 마찰을 빚었다. 조별리그를 미국에서 소화한 이란 대표팀에는 '경기 24시간 이내 입국, 종료 직후 멕시코 복귀'라는 이례적 이동 제한이 적용됐다. 이란 측의 강력한 항의 끝에 조별리그 최종전에 한해 이틀 전 입국이 허용됐지만, 정상적인 일정 소화는 끝내 불가능했다.
더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2018년부터 FIFA 국제심판으로 활동해온 오마르 아르탄은 '소말리아 출신 1호 월드컵 심판'으로 주목받았으나, 개막을 앞두고 마이애미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미국 비자와 외교관 여권을 모두 소지했음에도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은 '테러 조직 관련자와의 연관성 의심'을 이유로 그를 귀국편에 태웠다. 소말리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여행 금지령 대상국이다.
논란이 커지자 인판티노 회장은 "유감이지만 우리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스포츠 단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 정치와의 경계를 허물어왔다는 비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가장 포용적인 월드컵'이라는 선언이 공허하게 울리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