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북중미 월드컵이 한창인 가운데, 아르헨티나는 대표팀 경기가 열릴 때마다 어김없이 하나의 거대한 축구 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경기 시작 전부터 거리는 텅 비고, 상점은 문을 닫는다. 정치 성향도, 계층도, 세대도 관계없다. 수백만 명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노래를 부르며 대표팀을 향해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 경제난과 정치적 대립이 끊이지 않는 나라에서, 왜 월드컵만 되면 이토록 강력한 결집이 일어나는 걸까.
아르헨티나 매체 암비토는 18일(현지시간) 사회학자·심리학자들의 분석을 통해 그 답을 짚었다. 국립과학기술연구위원회(CONICET)의 사회학자 옥타비오 스타키올라는 "대표팀은 정치·경제적 갈등으로 분열된 사회를 이어주는 상징"이라며 "월드컵 기간 대표팀은 공유된 '우리'를 만들어내는 몇 안 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도 대표팀을 향해서는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리학자 이그나시오 수아레스는 대표팀에 대한 애착이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는 '학습된 정체성'이라고 분석했다. 부모와 조부모로부터 월드컵 이야기를 듣고, 디에고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의 역사를 배우는 과정에서 개인의 기억이 가족과 사회 전체의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그는 "90분 동안 수백만 명이 자신보다 더 큰 공동체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한다"고 설명했다.
역사적 배경도 이 결속을 단단히 뒷받침한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신들린 활약을 펼친 마라도나는 말비나스(포클랜드) 전쟁 이후 국민감정을 대표하는 인물이 됐다. 반면 메시는 대표팀에서 오랜 실패와 좌절을 딛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인내와 회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아르헨티나는 2014년 월드컵과 2015·2016년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지만, 이후 코파 아메리카·피날리시마·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차례로 일궈내며 황금기를 열었다.
이번 2026 월드컵에서 보여준 잇따른 역전승 역시 국민적 결속을 한층 강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수아레스는 "위기를 반복적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경험하면 집단적 신뢰가 형성된다"며 "신뢰는 성공 경험이 축적되면서 학습되는 결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진단한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단순한 스포츠팀이 아니라, 국가의 역사와 기억 그리고 위기 극복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회적 상징이라고. 축구는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정체성의 언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