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의 2026 FIFA 월드컵 결승 진출을 이끈 19세 라민 야말이 피치 위의 영웅을 넘어, 다문화 스페인의 상징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모로코인 아버지와 적도기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 야말은 바르셀로나의 빈민가 로카폰다에서 자랐다. 그가 골을 터뜨린 뒤 손가락으로 '304'를 만들어 보이는 세리머니는 다름 아닌 로카폰다의 우편번호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도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조용한 선언이다.
그러나 그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야말의 할머니 파티마 로마니는 어린 야말이 골을 넣을 때마다 "빌어먹을 무어인, 저 흑인 좀 봐"라는 조롱이 쏟아졌다고 회고했다. 차별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계속됐다. 올해 이집트와의 경기에서 스페인 팬들이 "뛰지 않으면 무슬림"이라는 구호를 외치자, 야말은 이를 "무지하고 인종차별적"이라고 직접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야말을 둘러싼 논란은 스페인 사회의 뜨거운 이민 논쟁과 맞닿아 있다. 최근 5년간 400만 명이 넘는 이민자가 유입된 스페인에서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민이 경제 성장과 저출산 해소에 기여한다고 강조하는 반면, 극우 반이민 정당들은 무슬림 유입에 대한 불안을 자극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극우 청년단체 레부엘타는 야말이 골 후 기도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며 "언젠가 국가대표팀도, 국가도 잃게 될 것"이라는 적대적 메시지를 퍼뜨렸다.
그러나 피치 위의 야말은 이 모든 갈등을 초월한다. 그의 사촌 후다 엘 압델라위는 "그는 스페인의 얼굴"이라고 말했고, 감비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18세 마리암 드라메는 "부모가 이민자인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라고 평했다. 야말 본인도 스페인 대표팀을 "통합의 본보기"로 정의하며, 축구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승 무대를 앞둔 지금, 야말은 단순한 축구 선수가 아니다. 그는 새로운 스페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19세 청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