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값 상승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이번달 기업경기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업황BSI는 103으로 전월 99보다 4포인트 상승하며 기준치인 100을 넘어섰다. 2002년 2분기 114 이후 8년만에 최고수준이며 넉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다만,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라 기업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원자재 구매가격에 대한 BSI가 전달 대비 11포인트나 오른 133을 기록했다. 5월 전망은 10포인트 상승한 132로 집계됐다.
이와 달리 제품판매가격BSI는 실적이 105, 전망이 105를 기록하며 전월에 비해 각각 1포인트, 3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손원 한국은행 기업통계팀 과장은 "아무래도 제조업체들은 수출기업이 많다보니 원자재값이나 환율에 대한 걱정이 많다"라며 "원자재 구입가격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히 최근 석유값이 지난해에 비해 두배 가까이 뛰어서 문제"라며 "철광석이나 석탄 등은 장기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석유는 변동성이 커 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 손 과장은 "채산성에 대해 기업들의 심리가 나빠지지 않은 것을 보면 당장 영향은 없단 얘기지만 지속될 경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조사에 참여한 제조업체 중 18.9%가 경영애로 사항으로 원자재가격 상승을 꼽았다. 이는 전월대비 5.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환율에 대한 걱정을 하는 기업도 전월대비 3.0%포인트 증가한 15.7%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김중수 한은 총재는 최근 "신흥경제 물가가 많이 올라가고 있다. 2008년 유가가 많이 올랐던 수준까지 대비하라는 게 일반적인 얘기"라며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에 대해 걱정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석유공사는 국제유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최근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재돌파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사는 "세계경제가 전망한 대로 성장하고, 투기자금이 가세하는 상황에서 2008년 여름과 같은 수급불균형 문제가 부각되면 100달러 재돌파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비제조업의 경우 내수 부진에 대한 걱정이 가장 많았지만, 최근 경기가 살아나면서 소폭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내수부진을 걱정한 비제조업체는 23.1%로 지난달 보다 0.9% 포인트 줄었다. 이어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대해 걱정하는 업체가 지난달보다 1.3%포인트 늘어난 18.1%였다.
손 과장은 "비제조업은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서 원자재와 관련된 걱정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라며 "내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수는 '물건이 잘 안팔린다'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쉽다"라며 "최근에는 내수가 살아나고 있는 덕인지 오히려 지난 달보다 걱정하는 업체수는 적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