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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날 없는 한글과컴퓨터, 또 주인 바뀌나?

최근 상장폐지를 모면한 한글과컴퓨터가 피인수설에 시달리면 또 한 차례 진통을 겪고 있다.
한컴측은 우선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한컴 관계자는 “한컴의 실적이 좋다보니 자꾸 이런 소문이 나는 것” 이라며 “현 시점에서 매각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지난해 6월 한컴을 인수한 셋톱박스 제조업체 셀런이 인수자금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M&A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한글과컴퓨터 경영권을 확보한 경기상호저축은행 등 담보채권자들이 채권 회수를 위해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까지 프라임 그룹 계열이던 한글과컴퓨터는 지난해 6월 셀런이 만든 자본금 1억원짜리 인수목적회사(SPC) 셀런에이치에 의해 피인수됐다. 셀런에이치는 셀런 지분 19.16%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디프로텍이 100% 출자한 회사다. 디프로텍 역시 김영민 셀런 전 대주주가 셀런 지배를 위해 100% 지분을 출자해 만든 명목상의 회사다.


셀런에이치는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하면서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경기저축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380억원 규모 주식담보 대출을 받았었다. 또 같은 목적으로 관계회사인 셀런과 삼보컴퓨터로부터도 140억원의 무담보 신용을 변칙적인 방법으로 공여받았다.


이 둘을 합친 총 차입금은 520억원. 한글과컴퓨터 총 인수대금이 제반 부대비용을 합쳐 총 600억원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인수자금을 차입을 통해 충당한 셈이다.


이같이 무모한 M&A 투자로 셀런에이치가 담보채권자들에게 매달 지불해야 할 이자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차입 주체인 셀런에이치는 물론 디프로텍과 김영민 전 회장 모두 상황이 어려운 상황이다.


담보 제공한 셀런 주식도 한글과컴퓨터 인수 당시에 비해 3분의 1토막이 나있는 상태여서 조만간 대규모 반대매매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단 지난달치 이자 지불에는 성공하면서 한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당장 돌아오는 이달 이자분부터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주변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가 이번에 또 피인수되면 9번쨰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셈이다. 벤처 1세대 대표주자였던 한컴의 역사는 참으로 기구하다. 특히 지난해 지난해 487억원의 매출과 152억원의 영업이익, 14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전 부문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기에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한컴은 닷컴기업이 절정이던 1999년 이후 최대주주가 8번이나 바뀌었다. 창업자 이찬진 씨가 회사를 내놓은 후 1999년 `벤처 대부`였던 이민화 메디슨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랐다. 이어 2002~2003년에는 티티엠, 넥스젠캐피탈, 서울시스템, 프라임그룹 등이 한컴 최대주주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경영진의 횡령도 처음이 아니다. 직전 회사 대표도 검찰에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최근에도 대표이사 횡령문제로 상장폐지 대상에 올랐다가 취소되었다.   


현재 한컴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SGA는 29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소프트웨어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한글과컴퓨터`의 인수를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SGA는 “인수자금 마련등에 관하여 재무적투자자(FI)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인수구조 확정 후 한글과컴퓨터 주주와 협상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GA는 한글과컴퓨터가 프라임그룹에서 매각될 당시 인수계획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사업확장이 지나치다고 판단해 이를 중단한 적 있다.


SGA는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할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00억원, 1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글과컴퓨터가 갖추고 있는 영업망에 보안솔류션 등 통합서버제품들을 결합해 판매할 경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다는 것이다. 컴퓨터 보안시장 1위인 안철수연구소를 능가하겠다는 얘기다.


SGA 관계자는 “한글과컴퓨터를 인수,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며 “인수가 결정되면 빠른 시일내에 경영정상화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