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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LG전자, 새로운 시대 열 수 있을까

LG전자의 대표로 입성하게 된 구본준 부회장 앞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현재 LG전자는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남용 전 부회장이 자진 사퇴하게 된 배경도 전반적인 실적부진과 스마트폰 시장에 대비하지 못한 점 등이 그 이유였다. 한마디로 ‘개혁’에 가까운 변화 없이는 이 상태로는 힘들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애플의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스마트폰 경쟁에서 도태된 모습을 보여줬다. LG전자의 지난해 휴대폰 부문 영업이익률은 10%를 상회했지만 지금은 -3.7%까지 추락했다.

세계 4위의 휴대폰 점유율을 기록하던 LG가 스마트폰 시장 확대와 더불어 경쟁순위에 아예 끼지도 못할 만큼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LG전자의 대표적인 효자 실적 제품군이었던 휴대폰이 이제는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된 것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휴대폰 사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TV 사업도 유럽발 악재 및 경쟁업체의 저가모델 출시의 영향을 받아 당분간 이같이 부진한 실적은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구 부회장이 더욱 집중 투자·관리 할 것으로 예상되는 백색가전 부문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LG가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일본 가전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긴 것이 주효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세계와의 경쟁으로 시장은 변모한 상황이다.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의 가전기업들이 경쟁자가 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중국 가전기업의 성장세가 매섭다.

백색가전 부문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최근 저가로 경쟁력을 갖춘 중국 가전기업이 빠른 속도로 크고 있다.

1위의 자리는 얻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고 했다. LG가 현재 세계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백색가전 부문에 대해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구 부회장이 결단을 내리고 혁신적인 사업전략을 재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구 부회장이 향후 혁신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LG는 더 이상 쓸 카드가 없을 지도 모른다.

이에 비해 LG전자의 영원한 경쟁업체인 삼성전자는 텃밭인 반도체부문과 LCD의 호황을 등에 업고 지난 분기 실적에서 큰 영업이익을 보여 함박웃음을 지었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장(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2분기 반도체 실적이 1분기보다 더 좋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사업으로만 1조96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LG전자의 경우 삼성처럼 막대한 반도체실적도 없을 뿐더러 그렇다고 공격적 경영의지, 신사업 개발 및 투자의지도 그동안 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구 부회장이 이번에 LG전자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지목된 것도 바로 이러한 부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LG전자도 많은 기회가 눈 앞에 놓여 있다. 구 부회장은 LG전자에 입성하자마자 현장을 돌며 분위기 쇄신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전반적인 사업전략 재정비와 향후 혁신 성장동력에 관한 고민은 다시 시작됐다. 시시각각 변하는 업계의 특성상 얼마든지 상황은 뒤집힐 수 있는 가능성도 여전히 상존한다.

그간 과감한 투자와 탁월한 경영수완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며 실력을 인정받은 구 부회장이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킬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