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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구본준號’ 공격경영 시동건다

‘파격’인사를 거쳐 LG전자에 입성한 구본준 부회장이 CEO로서 첫걸음을 뗀다.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선임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1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전문경영인으로 통했던 남용 전 부회장으로부터 지휘봉을 물려받은 ‘오너경영자’인 구 부회장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 부회장은 비용절감 위주의 기업 경영 전략을 내세웠던 남 전 부회장과 달리 오너경영자의 대표적인 특징인 신속한 의사결정, 과감한 투자, 조직 장악 능력을 갖춘 공격적인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오너 출신이지만 LG전자에서 상무를, LG반도체에서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LG필립스LCD(現 LG디스플레이)를 이끈 경험도 있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자통’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LG필립스LCD를 2000년부터 과감한 투자로 4년 만에 전 세계 TFT-LCD 세계시장 점유율을 1위에 올려 놓은 성과는 여전히 업계에서 회자될 정도다.

전문 경영인 못지않은 이러한 고른 경험과 추진력, 경영수완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인물로서 회사 안팎의 기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를 반증하듯 대표 교체 발표 당일 LG전자 주가는 4% 가량 오르며 30여일 만에 처음으로 10만원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LG전자 내부적으로 구 부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의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며 “LG전자의 하반기 실적도 사상 최악이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조직의 안정화와 실적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구본준 체제로 바뀐 LG전자의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구 부회장은 LG반도체 대표로 있었던 지난 외환위기 당시 현대전자(現 하이닉스)에 반도체사업을 넘겨줬지만, 또 다른 반도체업체인 매그나칩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할 정도로 반도체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연구원들에 따르면 “LG반도체에서 CEO로서 첫 단추를 꿴 그가 과감한 투자로 LG디스플레이의 성공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는 만큼, 그동안 닫혀있던 LG그룹의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이 열리게 될 것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물론, LG그룹 측은 이처럼 하이닉스 인수가능성 설이 불거질 때마다 그간 전혀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LG 내에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구 부회장이 종전 LG의 입장을 뒤집고 ‘깜짝’ 발표를 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 이들의 중론이다.

한편 구본준 부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