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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정부, 대기업엔 ‘솜방망이’

중범죄를 저지른 대기업의 전·현직 임원들은 형을 살지도 않고 평균 1년여만에 사면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정부가 실시한 특별사면 혜택도 가장 많이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12월31일과 올해 8월15일 대통령 특별사면·복권 대상자 중 대기업 관련자들의 사면 결과를 분석, 21일 공개했다.

조사대상 기업인은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6명과 동부그룹 전·현직 임원 3명 등 15명이다. 적용된 죄목은 특경가법상배임, 업무상배임, 특가법상조세포탈 등 9개다. 이들의 범죄 총액은 6381억원으로, 1인당 평균 범죄금액은 42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15명 중 14명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으며, 최종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2명(13.3%),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는 13명(86.7%)이다. 특히 실제 수감생활을 한 사람은 15명 중 3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12명은 단 하루도 복역한 바 없었다.

또한 이들의 형이 확정된 날부터 사면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438.3일로 1년2개월여에 그쳤다. 가장 단시일 안에 사면혜택을 입은 기업인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 139일만에 사면을 받았다. 이 회장을 포함해 15명 중 6명(40%)이 형 확정일로부터 1년 이내에 사면됐다.

특히, 21일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비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요 특별사면자 310명 중 경제인이 전체의 35.2%를 차지했다.

기업별 특별사면 명단을 살펴보면 현대그룹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SK그룹은 10명, 대우그룹도 8명을 기록했다. 삼성그룹이 6명, 한화그룹과 고합그룹이 각 4명이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죄질이 나쁜 중대 범죄자들이 대부분 구속수사 없이 집행유예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이들을 사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특히 이건희 회장을 포함해 삼성특검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이 대거 사면을 받은 것은 명백한 특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회의록을 공개해 심사의 적정성을 검증받도록 하는 등 사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대통령과 법무부가 스스로 내세운 '공정한 사회'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재 의원 또한 "비리 경제인의 잦은 특별사면이 법적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준법정신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경제인 특별 사면은 경제활성화 등이 주요 명분이지만, 경제인 특별사면과 경제활성화는 사실상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면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사면심사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법부·국회 등에 외부위원 추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