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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료관광 시장 규모는 매년 크게 증가해 2012년에는 1천억달러(한화 약 12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해 한국이 의료관광으로 유치한 외국인은 모두 6만20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기준으로 태국 154만명, 싱가포르와 인도가 각각 46만명과 27만명을 유치한 것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세계 최고수준의 의료기술과 매력적인 가격, 지리적 여건 등 한국 의료관광의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관광공사 진수남 의료관광센터장은 지난주 한국의료관광포럼에서 "우리나라 의료관광은 태국이나 싱가포르 등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과 IT기술, 관광상품 접목 등으로 머지않아 글로벌 헬스케어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재경일보는 지난해 우리나라 의료관광 유치외국인의 30% 가까이를 유치하면서 한국 의료관광의 메카로 떠오른 강남구를 찾아 한국 의료관광의 현주소와 과제를 진단해 봤다.
인터뷰 직전까지도 회의로 분주했던 강남구 보건행정과 의료관광팀 홍종남(42·사진) 주무관은 2년째 강남구 의료관광사업 실무를 맡고 있는 의료관광 관련 베테랑이다.
지난 2009년 정부가 '글로벌헬스케어'를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하고 외국인유치알선 행위가 가능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한 것이 국내에서 의료관광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를 기점으로 현재 강남구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의료관광 태스크포스팀를 만들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홍종남 주무관은 “강남구의 경우 한류바람을 타고 성형이나 피부과를 찾는 외국환자들이 들었고, 특히 서울시 성형외과의 70%가 강남구에 있을 정도”라며 “강남구가 의료관광관련 박람회를 먼저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강남구처럼 관내에 종합병원과 중소 의원이 밀집된 곳은 흔하지 않다. 강남구를 보면 성형이나 피부 관련 의료기관이 많고 삼성서울병원이나 강남세브란스병원, 우리들병원 같은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관내에 있어 암, 내혈관, 심혈관 관계 중증질환까지 모두 수용할 수 있어 의료관광산업을 키울 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이 갖춰져 있다.
홍 주무관은 “환자들이 치료만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대백화점, 코엑스 등 많은 편의시설들이 있어서 성형 끝난 후 관광이나 쇼핑은 물론 호텔도 많아 숙박하기에도 좋다”며 “이렇게 ‘의료+관광’의 매치가 잘 돼 있어 이런 인프라 때문에 (강남구가) 다른 지자체보다 의료관광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해외환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 특성화 사업을 지원키로 한 가운데‘강남 메디컬-뷰티허브 육성사업’이 선정됐다.
홍 주무관은 “강남하면 성형과 피부미용이 유명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일단 이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을 통해서 강남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후 순차적으로 다른 부분으로 확대시키는 전략을 세웠다”고 전했다. 일단 다른 분야는 접어두고 성형과 피부에 집중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란 것.
강남구는 올해 ‘강남 메디컬-뷰티허브 육성사업’을 위해 자체 편성한 7억3천만원에 국고 5억원을 지원 받아 총 12억3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예산의 90% 가량을 집행한 상태라고 한다. 이 예산은 피부‧성형 중심으로 선정된 의료기관들의 다국어 홈페이지 구축 및 개편에 대부분을 지원했고, 해외시장이나 국내 개별마케팅도 도왔다.
현장의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는 홍 주무관은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서는 다음 두 가지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는 의료 시장의 주 타깃이 중국인데 불법체류국가로 묶여 비자발급이 어렵다는 점인데, (한국에) 오려는 사람은 많은데 비자발급이 엄격하다보니 실제로는 오기가 어렵다”면서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비자발급이 더 용이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그렇게 되면 불법체류자를 양성하는 꼴이 돼서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아직 해결책이 쉽지는 않다.
▲ 강남구 의료관광팀 홍종남 주무관이 한국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말하고 있다. ⓒ윤현규 기자 |
홍 주무관은 “의료분야를 잘 이해하면서 통역이 가능한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며 “이들이 환자와 의사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코디네이터를 별도로 고용할 정도의 형편이 안 되는 병의원이 많은데 이 부분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예산만 많다면 (구에서) 지원해주면 좋겠는데,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며 “일단 구의회에서는 병의원들은 이미 먹고살만한데 뭐 때문에 자꾸 지원해주냐”고 인색한 반응을 보인다며 “올해도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었다”고 홍 주무관은 토로했다.
이어 그는“정부가 의료관광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가 진료수익 이외에 고용창출과 생산유발효과 때문인데. 그들 눈에는 진료수익 밖에 안 보이기 때문에 그러다보니 의사들 배만 불려주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홍종남 주무관이 2년간 의료관광 업무를 담당하면 가장 아쉽게 느끼고 있는 것은 바로 ‘해외에서는 대한민국이 의료관광을 유치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부분이라고 한다.
홍 주무관은 “얼마 전 중국에 갔었는데 거기서 중국인들이 대장금은 다 아는데 한국이 의료관광을 유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면서 “그동안 강남구를 메디컬-뷰티허브로 홍보해 왔지만 현지인들에게 이를 인식 시키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역할(해외 홍보마케팅)을 우리(구청)가 하고 있는데 한계가 너무 많다. 그래서 국가차원으로 관광공사가 하듯이 더 적극적인 해외홍보가 필요하다. 일단 이것(해외홍보)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된다”고 다시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홍 주무관은 병의원들의 서비스 향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의료관광 유치를) 잘한다는 싱가포르를 견학차 가보니 80년대 장비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장비나 기술면에서는 분명 우리보다 한참 떨어지는데 환자들은 음식부터 생활까지 모든 면에서 편안해 했다”며 “심지어 환자 한 사람에 코디네이터 한 명씩 붙는다고 하니 이런 면에서 한국은 환자에 대한 서비스 부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