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장세규 기자] 전세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내년 봄 전세 물량을 선(先) 계약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강남과 위례 등 인기 보금자리주택의 본 청약 공급에 따른 대기수요 증가와 내년 수도권 입주물량 감소로 인한 전세물건 부족이 예견되면서 전세 물량을 미리 선점하려는 수요가 포착됐다.
게다가 내년 봄 이사를 앞둔 전세 수요는 물론이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도 예년에 비해 2~3개월씩 앞서 전셋집을 구하려고 나서고 있어, 급기야 전세물건이 떨어진 곳에는 대기 명단에 예약자로 이름을 올려두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기존 아파트뿐만 아니라 내년 상반기 입주를 앞두고 있는 새아파트에도 전세 발길이 이어졌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마포 공덕동 래미안공덕5차, 용산 신계동 e편한세상 등은 이미 전세수요가 몰리면서 전세계약이 상당분 진행돼 전세물건을 찾아보기 힘들고 예약자가 많아졌다.
내년 2분기에 입주하는 단지에는 전세물건도 나오기 전에 전세계약 대기자가 늘어서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입주하기 5-6개월 전부터 전세물건 확보에 나서는 것이어서 주거선호지역의 전세물건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세수요자들이 물건 부족을 염려해 서둘러 물건 확보에 나서면서 전셋값 역시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움직임에 이번주 서울 수도권 전세시장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0.10%)을 비롯해 ▲신도시(0.24%)와 ▲수도권(0.13%) 모두 상승세를 유지하며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 나온 전세 물건이 부족해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진 못했고 가격도 크게 오르진 않았지만 전세물건 선점 수요가 움직이고 겨울 방학과 신학기를 앞둔 학군 수요도 분주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승세가 지속됐다. 가을 이사철 이후 둔화됐던 전셋값 오름세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매매시장은 저가매물 소진 이후 관망세가 엇갈리면서 강보합세를 이어나갔다. 취·등록세 50%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막바지 분주하게 움직였던 수요도 연말이 다가오면서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하지만 유망단지 저가매물은 간간히 거래가 이뤄졌고 실속형 소형 저가매물을 중심으로는 전세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는 모습이 이어졌다.
소형 저가 아파트 중심에서 재건축 및 주요 지역의 중대형으로 거래가 이어지면서 일부 거래시장에서 활기를 찾았으나 급매물 소진 이후에는 다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12월 들어서는 취·등록세 50% 감면 혜택을 노린 수요가 이어졌으나 연말 들면서 이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2011년 회복 기대감 속에서 소형주택을 실수요 관심이 꾸준하고 전세물건 부족으로 인해 소형 저가매물에 대한 매매전환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는 연말-연초 실수요 거래가 형성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임병철 과장은 “전세물건이 부족해 전세시장 역시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방학을 앞두고 학군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내년 2~3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수요와 봄 이사 수요가 서둘러 물건 확보에 나서면서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과거에 비해 전세계약을 2-3개월 먼저 해두려는 선점 수요가 나타나고 있어 인기 지역에서는 전세물건 부족에 따른 물건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전셋값 오름세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