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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창조의 순간’을 포착하다

[재경일보 신수연 기자]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창조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두가지 의견이 존재한다. 영감이나 직관의 산물이며 천재의 특권이라는 낭만주의적 의견과, 기존의 것들을 낯선 방법으로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는 조합적 창조를 주장하는 의견이다.

'창조의 순간'은 '계산주의 심리학'이라는 입장에서 세 번째의 견해를 제시한다. 이 책은 스스로 수학공식을 만들거나 작곡을 하거나 소설을 쓰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등 각종 컴퓨터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의 창조 프로세스를 상세하게 분석함으로써 인간의 창조과정을 밝히고자 한다.

계산주의 심리학에 의하면, 창조는 불가지의 신비로운 영역이 아니다. 그렇다고 익숙한 것들을 낯선 방식으로 조합함으로써 생기는 단순한 것도 아니다. 창조는 인간의 보편적 사고 과정을 통해서는 도저히 생겨날 수 없을 것 같은,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일이다. 익숙한 것끼리의 '조합'이 아니라, 사고방식 자체의 '변형'이며, 새로운 생각의 '탄생'이다.

그렇다면 생각의 공간 자체를 변화시키는 과정은 무엇인가? 이 책은 바로 이 부분에 주목, 컴퓨터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에서 그 힌트를 찾고 있는 계산주의 심리학을 다뤘다. 계산주의 심리학자들은 위대한 창조적 업적을 이룩한 과학자들이나 예술가들이 생각했던 방법과 발전된 컴퓨터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은 굉장히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화가 해럴드 코헨(Harold Cohen)의 드로잉 프로그램 시리즈 'AARON'은 인공지능의 창조 과정을 잘 보여준다. AARON의 작업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무수한 가능성에서 출발, 모든 관련 제약을 탐색한다. 사람을 그릴 때는 인체 정보, 즉 팔다리의 숫자나, 인체의 비율, 가능한 움직임, 구도 등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 규칙을 적용하며 창조를 수행한다.

이 처럼 인공지능은 주어진 과제를 탐색한 후에, 직관을 배제한 상태에서 모든 해결 규칙을 검토한다. 그리고 그 규칙을 적용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이 책은 "인간의 창조 방식도 마찬가지"라며 "기존 사고의 틀에서 출발하여 무엇인가 새로운 계기나 접근법, 제약, 조건 등을 통해 생각을 변형시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즉 컴퓨터의 생각 방식을 통해서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으며, 창조의 기술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