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경일보 김은혜 기자] 인터넷의 발달로 많은 이들이 편리함을 경험하고 있지만, 가끔은 슬퍼질때가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얼굴을 마주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인간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악의적인 글들을 발견할때면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험하게 됐을까'란 생각에 자괴감까지 들기도 한다. 익명성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정 중에 부정적인 것들을 마음놓고 표출하도록 부채질을 하기에, 더욱 인간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기에 간혹 따뜻한 글을 읽게 되면 마음이 한없이 녹아진다. '그래. 아직 세상에는 따뜻한 사람들도 많이 있어. 아직 사람들은 믿을만 해'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따뜻함 역시 (프로그램 컨셉을 벗어난 것이기에) 더욱 감동으로 다가온다. 무한도전에서 정준하와 오랫만에 만난 중국집 사장이 '나를 찾아줘서 고맙다. 이렇게 성공해서 고맙다'란 말을 할때도, 외국인근로자와 함께 떠난 1박 2일에서 그들 가족들과의 깜짝 만남에서 시청자들은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러한 만남이 얼굴을 마주하는 만남이 아니라 전화통화로 그쳤다면, 인터넷 영상이었다면 그 감동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만나 함께 서로를 바라봤기에, 무엇인가를 직접적으로 소통했기에 감동은 배가 될 수 있었다.
MBC가 지난 1988년부터 고수했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던지고 '우리들의 일밤'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시청자들에게 찾아가며 거대한 제작비를 투여해 선보인 코너 중 하나가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다.
7명의 가수들의 노래 대결로 꾸며지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는 미션으로 결정된 노래를 부르고 청중평가단 500명의 투표로 인해 순위가 결정된다. 7위를 기록한 가수는 매니저가 된 개그맨와 함께 동반탈락되며, 이후 새로운 팀이 또 들어와 대결을 펼치는 코너다.
MBC는 일요일 예능프로그램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으며, 방송 전까지 참여한 7명의 가수가 누군지 밝히지 않을 정도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출연한 가수들도 당일 녹화장에서 화면을 통해서 누가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 내노라하는 실력을 갖춘 가수들의 서바이벌 대결이라는 컨셉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그동안 아이돌이 차지한 가요프로그램에 질려, 채널을 돌렸던 중장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첫 회에서 그렇게 많이 언급했던 '감동'은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가수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주기위해 최고의 음향장비와 스텝들을 선정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청중의 입장에서 직접 듣지 않는 한 무슨 소용있나?
실제 7곡의 노래를 듣는 시간은 몇 분 안된다. 1시간이 넘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다양한 내용들이 첨가되며, 시청자들은 벌써부터(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은 아직 2회밖에 안됐다) 질질 끄는 인상을 받고 있다. 연출진에서는 이미 탈락자는 나왔다고 밝혔지만, 다음회로 방송이 넘어가며 시청자들에게 답답함만 가중시키고 있다.
첫 회때 야심차게 밝혔던 그 '감동'을 앞으로 어떻게 느끼게 해 줄 것인지 궁금하다. 첫 회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바람이 분다'를 부르는 이소라에게 빠졌지만, 다음 방송을 보며 '이소라는 정말 감수정이 풍부한 천상 예술가구나'를 느끼게 하고 있는데, 어느 시점에서 감동을 받아야 할 지 모르겠다. 좋은 노래를 듣는 것, 감동을 주는 노래를 듣고 싶은 것은 누구나 원하는 바다. 다만 웃음과 즐거움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어떻게 그려나갈지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