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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부당전가 근저당비 10조원 반환하라”…단체소송 움직임

[재경일보 김동렬(트윗@newclear_heat) 기자] 은행 등 금융사가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근저당권설정비·감정비·인지대 등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킨 약관이 무효로 판명된 가운데, 그동안 이를 모르고 부담한 소비자들이 단체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금융소비자연맹은 "시중 은행들이 대출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부담시킨 금액은 10년간 최소 10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취한 부당이득을 반환받기 위한 공동소송 서류를 접수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조남희 사무총장은 "개인이 은행에서 3억원을 대출받은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고객이 부당하게 부담한 금액이 182만원이다"며 "공정위가 발표한 2006년 기준 은행이 개인·기업으로부터 부당하게 부담시킨 금액이 1조6000억원, 2010년도에는 가계에만 1조3600억원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정위 자료를 보면, 3억원을 아파트 담보대출시 소비자가 부담한 금액은 ▲등록세 72만원 ▲지방교육세 14만4000원 ▲법무사 수수료 44만4000원 ▲등기신청 수수료 9000원 ▲인지세 15만원 ▲감정평가수수료 42만5000원 ▲국민주택채권손실액 36만원으로 합계 225만2000원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인지세 50%(7만5000원)와 국민주택채권손실액 36만원, 총 43만5000원만 부담하면 되는 것이었다.

은행들은 이와 같이 담보설정비를 소비자들에게 부담시키지 않으면 대출금리를 0.2%포인트정도 높게 잡아, 어떻게든 부당하게 부담을 전가시켰다.

지난달 6일 서울고등법원은 근저당 설정비를 실질적으로 고객이 부담하도록 하는 '은행여신거래 표준약관'(이하 은행약관) 관련 조항은 구 약관법 제19조의2 제3항의 '불공정 약관조항'에 해당된다고 최종 판결한 바 있다.

2008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출 계약시 은행과 채무자 간 협의에 따라 한쪽이 전액을 부담하거나 양측이 50%씩 부담하도록 해온 인지세는 은행과 채무자가 50%씩 부담하도록 하고, 은행·채무자·설정자가 협의를 통해 부담하도록 돼있던 근저당권 설정비용도 은행이 전액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이에 은행연합회와 16개 시중은행들은 공정위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그해 11월 고등법원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으며, 이번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공정위의 표준약관 개정의 정당함이 최종 확정된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에 불복, 최근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이에 따라 근저당권 설정비 부담 문제는 길게는 3개월 뒤 대법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된 상태다.

조 사무총장은 "은행들이 7월부터 근저당 설정비용을 차입자에게 부담시키지 않겠다고 하지만,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대출약관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과거 부당하게 부담시킨 설정비를 당연히 돌려줘야 한다"며 "은행들은 이를 돌려주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번 기회에 서민 소비자 위에 오만하게 군림해온 은행들의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서 소송을 제기한다"며 "다만 소송 중이라도 은행과 감독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꾸준히 합의를 이루는 노력도 진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동소송에 참여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금소연 홈페이지(www.kfco.org)를 방문, 소송서류를 다운받아 작성하고 필수 서류로 대출받은 부동산 등기부 등본 및 대출받은 날 지급 경비내역을 우편 또는 방문 제출하면 된다. 근저당권 설정계약서 사본, 대출약정서 사본, 주민등록 초본이 있으면 향후 소송에 도움이 될 수 있다.